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세상의 많은 것이 변했다.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충분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물리적인 이동거리가 짧아지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변화의 속도는 버거울 정도로 빨라졌다. 변화에는 인간 내면의 심리도 포함된다. 코로나 전선(戰線)에 막혀 잠시 멈춰진 지난 2년 여의 시간은, 삶에 있어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과거 중세시대에 페스트를 겪은 이후 가톨릭의 권위가 의심받으면서 인본주의 시대가 열렸듯이,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의 권위에서 벗어나 `나`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진정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동안 비대면 문화를 비롯해 SNS와 포털 사이트 등 각종 매체를 활용해 정보 획득이 용이해지고, 자기 경험을 드러낼 수 있는 소통창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사회는 전통과 관행에 의한 판단을 뒤로 하고,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진정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진정성의 사전적 정의는 `진실하고 참된 성질`이다. 개인의 고유한 욕망과 의식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다. 진정성 있는 삶은 곧 사회적인 규율이나 질서에 국한되지 않은 채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사는 삶을 의미한다.

이제 진정성은 개인과 기업 등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중요한 덕목이 됐다. 최근 기업의 화두인 `ESG`경영이 그 예다. 환경, 사회적 공존, 지배 구조의 건전성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경영 능력이 됐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와 함께 나눠야 한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당연하거니와, 이제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는 시대적 소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를 위한 선심성 기여가 아닌, 소비자와 소통하고, 공존을 위해 공동체 규약을 준수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는 다양한 분출구를 활용해 기업에게 진정성을 요구한다. 작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러 채널을 통해 불만을 제기할 수 있고, 댓글이 쌓이면 곧 여론이 만들어진다.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서비스가 실망스럽더라도, 알아서 소비자가 찾아오던 이전과는 분명 달라졌다. 진정성을 보이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시간을 빼앗을 수 있고, 자신의 플랫폼에 이들을 머무르게 할 수 있게 됐다.

조직에서의 진정성도 필수적 가치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며 우리는 다른 세상을 보았다. 굳이 출근을 하지 않더라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조직을 경험하면서, 직원을 채근하던 관리자는 `열정`만을 중시하던 기존의 상식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진정 나의 일이, 사회와 조직에 어떤 방식으로 보탬이 되는지, 궁극적으로 내 일의 근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관리자는 효율적인 분업만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부여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달라진 세상에서 새로운 리더십은 업무의 전문성과 관리역량만큼, 일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에 대해`진심`이 수반되어야 한다. 나의 이익이, 곧 조직의 이익이 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코로나는 기존의 것이 답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우리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이 보다 가치있을 수 있도록 관행처럼 해오던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진정성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볼 때다.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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