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충남 서산민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수립비 15억 원을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했다. 충남민항 예산 반영 사실이 확인된 지난달 31일 양승조 충남지사와 맹정호 서산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뭇 의미를 부여했다. 양 지사는 "충남공항은 도민 여러분께 하늘 길을 열어 드리는 의미가 있는 사업"임을 강조했고 맹 시장은 "충남공항을 세계와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공항, 전 세계 천주교 순례객과 관광객이 모여드는 공항으로 만들 것"이라며 호응했다. 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도 어제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충남 민항의 추진이 본격화돼 기쁘게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가지 이 15억이 기재부 수시배정 예산이라는 사실이 다소간 걸린다. 양 지사는 "이런 사례가 많지 않다"며 "기재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충남민항 사안을 훤하게 꿰고 있는 양 지사의 분석이라는 점에서 굳이 토를 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는 기재부가 충남민항 관련 항목을 마련해 예산을 배정한 것은 진일보한 태도인 게 맞고 그래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할 것이다. 다만 충남민항 건설과 관련한 15억 예산의 경우 수시배정 예산이어서 기재부의 오케이 사인이 나야 집행할 수 있는 조건부 예산이다. 기재부 승인을 얻지 못하면 이 예산은 매몰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며 이는 최악의 사태다. 물론 그럴 개연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충남민항이 수시(예산)배정 사업으로 선정되기는 했어도 선정기준 11개 항과 충돌하는 구석이 발견되지 않는다. 사업내용 요건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수준에서 충족하는 상황이고 사업이행 요건 영역도 발목 잡힐 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대 관문은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인데 지난 2017년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 값에 비추어 보면 큰 괴리를 보일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충남민항 총사업비가 509억 원으로 추산돼 정부 재정에 부담을 덜 지우는 것도 유리한 정황이다. 장래 항공수요 예측 면에서도 웬만한 국내선 공항을 능가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 지표다. 충남민항 불씨를 키우려면 3분기 중에는 기재부의 예타 대상 선정 작업을 마쳐야 한다. 이를 전제로 예산을 수시 배정했으면 집행할 수 있는 출구도 열어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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