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3부 정민지 기자
취재3부 정민지 기자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곳. 금융시장을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돈을 맡기고 자금이 부족할 때면 돈을 빌린다. 이는 금융시장의 주된 기능이자 시작점이다.

하지만 요즘 금융시장은 이를 역행하다 못해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자유롭게 흘러가야 할 시장에 인위적인 둑이 설치되며 그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금융당국이 폭증하는 가계 빚을 억제하고자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옥죄면서다.

금융당국의 잇딴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주요 은행들은 대출 길목을 봉쇄하다시피 대출 규제에 동참하고 있다. 1·2금융권 할 것 없이 일부 금융사들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상품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초강수를 두는 한편 금융사 대부분이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상태다.

물론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가계 빚은 1800조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보다 41조, 1년 전보다 168조 이상 불었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계부채를 위해 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임은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대출과 한도 축소는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 영혼과 빚을 끌어모아 투자하는 영끌·빚투족 얘기가 아니다. 이사를 코 앞에 둔 무주택자부터 당장 생활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계획 중이던 생계형 대출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가계빚 급등의 주 요인으로 치솟는 집값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고 영향을 꼽는다. 더욱이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출 총량도 이에 비례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결국 집값이 안정되지 못하고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폭증하는 가계빚을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조건적으로 대출 총량만 줄이고 조이기 보다는 집값과 물가를 안정시키거나 기준금리를 서서히 올리는 식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사다리가 튼튼하진 못할망정 우산이 크진 못할망정, 서민들의 사다리와 우산을 나서서까지 빼앗아선 안 된다. 취재3부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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