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빛나 '바다 속 달님 따러'

홍빛나(2017), 바다 속 달님따러. 40.9x31.8cm, 캔버스에 유채.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홍빛나(2017), 바다 속 달님따러. 40.9x31.8cm, 캔버스에 유채.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홍빛나는 일상의 작은 소재들에 생명과 의미를 부여한다. 웃고 있는 꽃과 달, 손을 가진 새와 물고기들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닮아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인 `새`를 작품에 들여놓고 스스로를 두려운 존재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이겨내고자 했다. 또한 동경의 대상을 달로, 자아를 물고기로 표현하며 오롯이 자신을 치유하고 성장시켜왔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챕터에 들어서고, 아기를 갖게 되며 변화가 생겨났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달은 가족을 지켜주는 존재인 남편으로, 자아를 상징했던 물고기는 또 다른 `나`인 딸로, 꽃과 새는 이 행복한 가정을 상징하게 되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작화 당시에는 작가 자신이었겠지만 어느덧 그의 딸들을 닮은)과 물고기와 백자와 불가사리의 웃는 얼굴은 마주보는 이도 스르륵 미소 짓게 한다. 특유의 관념조형적(Ideoplastic)인 이미지 또한 흥미롭다.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 표현대상의 구조를 뚜렷하고 단순화한 형태로 표현하는 것처럼 대상의 특성을 단순화하여 개별화한다. 이는 사실 작가적 메시지, 작업의 의미 전달에 있어 더없이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것으로 자신의 성장과 치유 그리고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형상화한다.

자기소외와 성찰의 수단으로 `나`에게 집중했던 작가의 작업은 이제 `가족`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자아를 담는다. 그가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조형세계는 심오한 철학이나 고뇌가 아니라 정서적 기억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추억과 사랑이다. 그 시절 잠들기 전 작은 소원을 들어주던 별처럼, 캄캄한 밤을 밝혀주던 동그란 달처럼.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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