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출신이 의장단 자리를 석권하게 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의장, 부의장 2자리를 차지했던 기간은 있었다. 19대 국회 전반기 2년간 강창희 의원이 의장을 맡던 시절 박 의장이 야당 몫 부의장으로 선출돼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게다가 대전 출신 두 정치인은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고교 선후배 사이였던 까닭에 당시 적잖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박 의장은 동일 지역구에서 연속 당선돼 6선 기록을 쓰면서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직을 꿰찼고, 때 마침 여성계 대표성을 띤 김 부의장이 부상함으로써 충청 출신 의장단 2인 라인업을 형성하게 됐다. 그리고 남은 야당 몫 부의장직 자리에 정 부의장이 올라 국회의장단 충청 3인방 시대를 여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부의장이 경기 부천에 지역구를 두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충청 출신이 나란히 부상한 지금의 의장단 구성과 조합은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기회임을 부정하지 못한다. 충청 입장에서 보면 최상의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국회 상층부와 수시 소통하기에 따라서는 지역 현안을 풀어가는 데 음으로 양으로 우군 전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은 정부를 상대로 해법을 찾아야 할 현안 사업들이 널려있다. 문제는 딱히 배척돼야 할 사유가 없는데도 통행증을 내주는 데 인색한 현실이다.
이는 정치권력 지형 면에서 실효적 볼륨감이 옅은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이 힘의 비대칭성이 당면한 고민거리였던 차에 3인 의장단이 꾸려진 것은 굉장한 시그널이다. 이들 3인방은 앞으로 9개월을 동행한다. 공적 본분을 다하되 다만 `물을 마시면서 근원도 생각(飮水思源)`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