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인재, 주민과 노동자들 어지러움과 구토 등으로 3640명 진료
한화토탈, 환경부와 충남도로부터 위법 사항 수십 건 적발

"흡사 영화 국제시장의 피난민들처럼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당시 한화토탈에서 근무를 하던 노동자들이 피난민들처럼 정문으로 쏟아져 나왔다"

한화토탈 인근에 사는 A씨는 2년이 넘은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점심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공장에서 일을 하던 노동자들이 밀물처럼 앞 다퉈 뛰쳐나왔다. 혼비백산한 이들을 보면서 무슨 일이 났어도 큰일이 났다는 것은 화학공장 인근에 살면서 느끼는 직감이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화학사고를 봐왔던 터라 심상치 않은 기운을 떨칠 수 없었다. 이후 신문방송을 통해 전해진 사진과 화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쉼 없이 퍼붓는 소방 물줄기 사이로 검붉은 화학물이 치솟는 장면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A씨는 이 사고로 이름 모를 화학냄새를 맡고 어지러움과 구토 등으로 병원에 다녀와야 했다.

2019년 5월 17일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사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고 원인은 결국 한화토탈 과실에 따른 인재로 판명이 됐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충청남도, 서산시, 한국환경공단, 산업안전보건공단, 시민참여단 등으로 구성된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조사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이하 합동조사단)`이 그 해 7월 26일 발표한 합동 조사 결과는 그날의 참혹함이 담겼다.

합동조사단은 이 사고가 스티렌모노머(Styrene Monomer·SM)의 폭주반응 위험성을 간과하고, 공정안전관리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SM이 다량 함유된 내용물을 잔사유탱크로 이송한 한화토탈의 과실과 보일러가 정상 가동되지 않은 상황이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파업으로 숙련된 근무자가 현장에서 이탈하고, 타 부서에서 차출된 대체 근무자가 운전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업무공백과 2교대 근무에 따른 육체적 피로의 누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의 단초를 제공했다. 한마디로 인재라는 얘기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잔재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고 후 SM 유출량은 74.7t으로 추정 됐다. 1차 사고 때 SM 최대 확산 범위는 사고원점으로부터 2800m, 2차 사고 때는 607m다. 한화토탈 공장을 비롯, 인근 마을까지 화학냄새가 뒤덮었다.

이 사고 후 환경오염과 함께 주민들과 노동자들은 고초를 겪었다. 사고 후 주민들과 노동자들은 어지러움과 구토 등으로 3640명이 서산의료원과 서산중앙병원, 대산정형외과 등에서 진료를 받았다.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한 인적 피해로는 역대 최. 물적 피해도 피해상담창구에 숙박업소, 음식점, 염전 등에서 56건이 접수 됐다.

사고 대응도 미흡했던 것으로 합동조사단은 지적했다.

사고 후 현장작업자 대피지시에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한화토탈이 즉시신고를 하지 않음에 따라 대응기관들이 현장에 늦게 도착해 일사분란한 현장지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 됐다.

한화토탈은 사고 후 중앙과 광역지자체로부터 다수의 위법 사실이 적발 됐다. 환경부 합동점검 결과 대기배출시설 미신고, 대기배출시설 변경허가 미이행,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위반 등으로 4건의 고발 및 행정처분을 받았다. 대기배출시설 부식· 마모 방치와 지정폐기물 부적정 보관 등으로 15건의 행정처분 및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충남도 특별점검에서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비정상 운영, 대기배출시설 미신고,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 기록 보존 등으로 고발과 행정처분, 과태료 등 10건의 위법 사실이 통보 됐다.

한화토탈은 사고 후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명의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라는 타이틀이 붙은 대산석유화학단지는 30년이 지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입주한 한화토탈과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엘지화학, 케이씨씨 등 일명 대산5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공장 주변 주민들은 집단 이주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박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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