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우 충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남상우 충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남녀 월드컵 상금 격차가 너무 크다. FIFA는 여자선수를 존중하지 않는다." 2019프랑스여자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미국팀 주장 메간 라피노의 말이다. `공정 보상` 논란의 신호탄이 되었다. 실제로, 2018러시아월드컵(남자) 총상금은 4,700억 원이었고, 2019여자월드컵 총상금은 354억 원이었다. 약 13배 차이. 중계권료 때문이었다. 미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더 억울했었을 것이다. 미국 남자팀이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고도 상금 64억 원을 받은 반면, 여자팀은 2015캐나다여자월드컵 우승으로 20억 원만 받았으니.

2018년 3월, 여자프로배구 김연경 선수가 SNS페이지에 글 하나를 올렸다. "여자 샐러리캡은 14억, 남자 샐러리캡은 25억 원이다. 차이가 너무 난다. 또, 여자선수만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 25%를 초과할 수 없다. 왜 점점 나빠질까? 이런 제도라면 난 한국 리그에서 못 뛰고 해외에서 은퇴해야 한다." 샐러리캡은 한 팀이 일정 금액 이상을 선수 연봉으로 지출하지 못하게 만든 제도다. 현재 여자 프로배구 샐러리캡은 23억 원, 남자는 41억 원. 혹시 차이의 근거가 `시청률`일까? 2020-2021년 시즌 평균 시청률은 여자 1.29%, 남자 0.81%였다. 광고는 여자 대회에 더 붙었다.

"영국 여자축구선수들은 오늘부로 엄마, 아내, 딸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영웅`이란 또 다른 타이틀을 얻었다." 2015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잉글랜드 여자축구 대표팀에 잉글랜드축구협회가 트위터 메시지를 남겼다. 나름 축하 메시지를 남기려 했나보다. 하지만 이는 여자선수를 선수가 아닌 엄마, 아내, 딸이라는 여성의 `성역할`로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스포츠계에선 `여자는 사적 공간인 집에서 엄마나 아내로 있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여성다움(femininity)` 규범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이중 구속이 된다.

"마이클 펠프스의 폐는 남들과 다르고, 우사인 볼트는 환상적인 근섬유를 가지고 있는데, 협회는 이들마저 검사할 것인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자 육상선수 캐스터세메냐가 언론에서 한 말이다. 이 선수, 여성임에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 여성스럽지 않은(?) 경기력으로 유명하다. 항상 성별 논란을 일으킨다. 이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2018년 4월, 여성 종목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남성호르몬 수치를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수치가 일반 선수보다 현저히 높으면 대회 출전을 못한다. 출전하고 싶으면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의학적 처치`를 받아야 한다. 공정성을 위해서. 결국, `남자 같은 여성`을 제재하겠다는 의미다. 잘해도 문제다.

오늘날 스포츠계는 남성성이란 규범을 재생산하는 `문화공장`이 되었다. 스포츠 제도 설계의 기본값은 남성다움이다. 때문에, 여성은 가해자를 특정하기 힘든 `구조적 폭력`을 감내하며 스포츠를 해야 한다. 정당한가? 스포츠가 주는 수많은 혜택과 이점을 단지 남성(성)이란 잣대만으로 분배하는 건 정당할까? 스포츠는 남자다운 남자만이 환영받는 곳이 되는 것은 공정한가? 이는 우리에게 `제도 설계`의 공정성을 다시 생각해보라 말한다. 즉, 내가 어떤 성으로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 결혼하여 내 자식이 아들일지 딸일지 모르는 상황인 `무지의 장막` 뒤에 서, 모두에게 가장 공정한 스포츠 환경을 설계하라는 의미. 이유는 명료하다. 불평등을 지속하며 유지되던 제도가 살아 남은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상우 충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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