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지구촌은 기후위기의 난관을 맞이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가 참여하는 파리협정이 채택되고 각국은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있다. 지난 6월, EU 회원국은 2050년까지 유럽의 탄소중립을 목표를 법제화하는`유럽기후법`을 채택했다. 이러한 국제동향은 산업계로도 이어져 우리나라 기업들도 원료-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표명하며 친환경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탈(脫)석유 소재 개발이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친환경 소재인`나노 셀룰로스`가 주목받고 있다. 나노 셀룰로스는 식물(나무) 섬유에서 얻어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천연 고분자물질이다. 다른 소재에 비해 가볍고 투명성과 생체 안정성이 우수하며, 생분해성, 용이한 성형성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첨단 소재로 떠 오르고 있다.

숲과 나무를 연구하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도 2011년부터 나노 셀룰로스를 환경정화와 의공학, 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유해 중금속인 크롬을 기존 소재보다 4배 이상 흡착할 수 있는 소재로 개발하였다. 의공학 분야에서는 생체적합성과 분해 능력이 우수한 수술용 유착방지제와 기존 소재보다 3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지혈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전지 분야에서는 폭발 위험성이 낮으며 휘거나 접을 수 있는 종이 배터리를 개발하여 세계적인 학술지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노 셀룰로스는 친환경 포장재, 마스크 필터, 플렉시블 스마트기기, 자동차의 보닛 소재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나노 셀룰로스가 국내 산업에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핵심 기반이 되는 원천기술의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높은 생산 단가를 극복할 수 있는 대량생산 기술 마련과 원료별 나노 셀룰로스 품질시험 방법 표준화 등 산업화에 필수적인 기술적 장애요인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기술보유 기업과 수요자간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개발 성과를 제품화하기 위한 산·관·학 협업의 체제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나노 셀룰로스가 탈(脫) 플라스틱 기술 혁명과 국내 친환경 소재산업을 선도하고 세계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 우리 생활 곳곳에 녹색자원을 활용한 기술이 적용된 친환경 제품이 많아지기를 소망하며, 특히, 우리의 나노 셀룰로스 기술이 주인공으로 우뚝 선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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