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명 주민 중 절반 이상 암 등 질환
역학조사 진행중…주민들 조사 개선 요구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장5리 마을 모습. 사진 속 주택 뒤로 D필름 공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윤평호 기자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장5리 마을 모습. 사진 속 주택 뒤로 D필름 공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병천천 건너 천안홍대용과학관이 보이는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장산5리. 이곳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김순옥(69·여) 씨는 특별히 부딪히거나 충격도 없는데 지난해 11월 팔과 배, 허벅지쪽에 자꾸 멍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병원 진단 결과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가 확인됐다. 남편인 이은수 씨(73)도 비슷한 증상으로 한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함께 농사일에 종사하는 이씨의 형(77)은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 악화로 지난 5월부터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김씨 부부와 한동네 주민으로 31년째 장산5리에 거주하는 우금제 씨(59·여) 건강은 더욱 심각하다. 20여 년전 유방암과 갑상선이 발병한 뒤 2020년 6월 난소암 확진을 받았다. 37명 24가구가 사는 장산5리의 아픈 주민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에 따르면 갑상선 질환과 암환자 등 아픈 주민들이 20명에 달한다.

주민 2명 중 1명이 질환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주민들은 마을에 위치한 S전선과 D필름 공장과 질환 사이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장산5리 주민들은 S전선과 D필름 공장에서 300~500m 이내에 살고 있다. 두 업체는 각각 모터용 코일과 위생필름 제조업체로 2004년, 1997년 최초 인허가 됐다.

주민들은 질환으로 사망자까지 나오자 2020년 3월 3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S전선과 D필름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발생한 건강피해에 대한 조사를 청원했다. 청원에서 주민들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S전선과 D필름 공장이 마을에 들어선 뒤 주민들에게서 특정암이 발생, 암 투병환자가 12명이고 최근 4명이 사망했다며 공장에서 배출되는 악취와 분진 등으로 인한 질병발생간 연관성 조사를 요청했다. 지난해 8월 7일 제29차 환경보건위원회는 주민 청원의 수용을 결정, 현재 `천안 장산리 일부 지역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가 연구용역으로 진행중이다. 역학조사는 지난 6월 중간보고회에 이어 오는 10월 최종보고회를 앞두고 있다.

주민들은 역학조사에 불신을 표했다. 장산5리 김영세 이장은 "지역 환경조사 방법 등이 주민 기대에 못 미쳐 1, 2차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3차 조사는 조사 방법 개선과 함께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지역 시민단체도 참여시켜 엄밀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용역의 책임연구원인 단국대 의과대학 노상철 교수는 "3차 조사는 일부 보완하지만 시민단체가 중간에 들어올 순 없다"며 "3차 최종보고회는 주민들과 공유자리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