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일상속으로>
자기계발 통한 '디지털 노마드족'
아이 NO, 부부 행복 중요 '딩크족'
현재의 풍족한 삶에 우선순위 둬

"사회가 인정하는 삶의 방식보다 내가 스스로 정한 삶의 가치에 집중하겠어!"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개성을 바탕으로 삶을 꾸려나간다는 점이다. 남들이 정해준 방식보단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맞춘 `나만의 삶`에 몰두하는 세대가 바로 MZ세대다. `미래`를 준비하는 데 `현재`를 투자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풍족한 삶`에 소비의 우선순위를 두는 그들의 라이프는 단순히 젊은 날의 `치기(稚氣)`가 아닌 이들의 직업, 나아가 미래의 가치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게 디지털 노마드와 딩크족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인터넷과 최첨단 정보통신기기를 가지고 사무실이 따로 없이 새로운 가상조직을 만들며 살아가는 인간형이며 딩크족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를 일컫는다.

◇자기계발을 통한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취준생 나예리 씨=새벽 5시 30분. 알람 소리에 깬 대학생 나예리(24·여·가명) 씨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들이켠다. 그러곤 방 한 편에 마련한 요가매트에 앉아 5분간 명상을 한 뒤,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요가 동작 몇 가지를 선보인다. 이는 나 씨가 매일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행하고 있는 `미라클모닝` 챌린지의 일부로, 나 씨의 하루 일과의 시작이기도 하다. `미라클모닝` 책으로부터 비롯된 `미라클모닝` 챌린지는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되기 전 이른 아침에 일어나 운동이나 공부, 독서 등을 하는 일종의 생활 패턴이다. 그는 이러한 일상 속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며 현재의 불안감을 이겨내고 있다.

오전을 알차게 보낸 나 씨는 오후 강의를 듣기 위해 학교로 향한다. 강의실로 걸음을 옮기던 중 우연히 마주친 동기 안정적(24·남·가명) 씨. 안부인사를 나누던 것도 잠시, 곧바로 안 씨의 공시(공무원 시험) 준비 일과로 대화 주제가 넘어간다. 그는 올초부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부모님의 추천에 공직자의 길을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나 씨 주변에는 안 씨처럼 공무원이 되길 꿈꾸거나 공기업,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토익,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등을 공부하는 동기들이 대다수다. 정년과 연봉 등을 고려해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안 씨와 헤어진 나 씨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왠지 안 씨처럼 당장이라도 취준(취업준비)에 돌입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는다. 사실 그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기계발 인플루엔서로 활동 중이다. 대학 입학 이후부터 지금까지 해온 이색 아르바이트와 다수의 대외활동 경험 등을 살려 활동 후기나 지원서 작성 비법 등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고 있다. 혼자 다녀온 해외 배낭 여행 경험 또한 글과 사진으로 공유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나 씨의 최대 고민이 `어떻게 하면 독특한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을까`인 것을 보면 더욱 쉽게 이해가 된다. 비록 수입 등 여러 여건이 안정적이진 않지만 나 씨는 특정 회사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기보단 나의 정체성을 살린 고유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일념 뿐이다. 향후 자기계발서 출판과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을 하는 것 또한 나 씨가 품고 있는 또 다른 꿈이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친 나 씨는 유튜브 영상 제작을 위해 관련 정보를 검색한다. 글뿐만 아니라 영상까지 만들어 블로그에서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처음 해보는 영상 제작이 쉽진 않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매진하기로 다짐한다. 언젠간 금색버튼을 품에 안은 파워블로거를 꿈꾸면서 말이다.

◇아이보단 부부의 행복이 중요한 `딩크족` 노진호 씨=직장생활 5년 차인 노진호(35·남·가명) 씨는 오늘도 아내 한평화(34·가명) 씨와 함께 출근길에 오른다. 이번 달 새로 뽑은 자동차를 끌고 아내를 회사에 내려준 그는 자신의 회사로 향하며 아침에 아내와 나눈 대화를 곱씹어 본다. 5년 뒤 안식년을 갖고 해외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남미와 아시아 중 어딜 먼저 갈지 고민하는 내용이다. 둘 다 여행을 즐겨해 결혼 전부터 장기 해외 여행을 꿈꿔왔던 터다. 노 씨는 벌써부터 설렘 가득한 얼굴이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동료 최창백(35·남·가명) 씨가 간신히 눈을 뜨며 노 씨에게 인사를 건넨다. 최근에 둘째를 본 최 씨는 지쳐있는 아내 대신 아기를 봐주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을 보면 풀린다며 더 늦기 전에 아기를 낳으라고 조언하는 최 씨. 다만 노 씨는 출산과 육아에 큰 관심이 없다. 결혼 전부터 아내와 충분히 대화한 뒤, 내린 결론은 `세상은 불공정하다`는 것이었다. 집, 차 등 완전한 내 것이 하나도 없을 뿐더러 이러한 재정 상태를 아이가 고스란히 물려받게 될 것을 생각하니 차라리 낳지 않는 게 낫겠다는 게 노 씨 부부가 내린 판단이다. 물론 육아로 인해 부부의 삶에 찾아올 변화도 달갑진 않았다. 아이를 위한 인생보단 `나`와 `우리`를 위한 인생을 살겠다 다짐한 부부다.

출근 뒤 이어진 점심시간.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대화주제는 재테크다. 노 씨의 동료들과 상사, 후배들까지도 주식, 코인 등 연봉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도전하고 있다. 그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모아둔 돈의 5분의 1을 주식에 쏟아 부었는데 아직 그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다. 큰 수익을 얻으면 해외여행에 보탤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마음이 급해진 그는 요즘 자기 전에 재테크 등 경제 관념을 다룬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주식이 잘 마무리 되면 코인 투자도 시도해 볼 생각도 내심 품고 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노 씨가 속해있는 `자동차팸` 단톡방이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모터쇼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친해지게 됐다. 이후 하나의 팸(취미 집단)을 결성해 차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거나 종종 드라이브를 함께 하고 있다. 요즘엔 단순히 취미에만 그치지 않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차 관련 영상을 제작·공개하면서 부수입까지 얻고 있다. 오늘도 퇴근 후 자동차팸 멤버들과 야간 드라이브를 하며 브이로그를 촬영할 계획이다.

드라이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노 씨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지금의 삶도 너무 좋지만 평생 일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내와 함께 빠르게 은퇴해 평생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그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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