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항우연 우주 분야 '1호 엔지니어' 출신
누리호, 10월 발사 성공 기대"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모형을 들고 누리호 개발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모형을 들고 누리호 개발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순수 한국 기술로 만든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K-우주` 시대를 향한 국내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누리호가 오는 10월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우주 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된다. 우주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 `발사체 기술 자립`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게 되면 국가계획으로 예정된 많은 위성 발사를 비롯해, 우주탐사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큰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누리호 개발 사업은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0년에 시작됐다. 나로호는 러시아의 핵심 엔진기술을 의존해 추진한 사업으로, 발사 성공까지 두 차례 실패하고 발사가 열 차례나 연기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상률 원장은 "2010년은 나로호 1차 발사 실패와 거듭된 발사 일정 연기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발사체 기술 자립을 위한 정부의(누리호 개발) 의지와 연구원들의 끈기는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10여 년의 세월 동안 연소 불안정 등 기술적 한계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개발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그동안 우리 개발진과 정부 관계자들이 묵묵히 감내해야 했던 고충과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이번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항우연은 2018년 75t급 액체엔진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 올해 3월에는 누리호 1단의 종합연소시험, 6-7월에는 누리호 인증모델을 이용한 발사대 인증시험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인증시험 등이 성공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도 기대하고 있다"며 "혹여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겪게 되더라도, 이는 실패가 아니라 발사체 기술 자립에 더욱 가까워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실패에서 얻은 정보는 또 하나의 값진 노하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항우연은 누리호 개발과 더불어 내년 8월 우리나라 최초 달 궤도선(KPLO)을 발사해 우주탐사에 도전한다. 이 원장은 "사업 초기 달 궤도선 개발의 기술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며 "지금은 새로운 달 전이궤적을 자체 기술로 설계하는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개발 일정을 단축하면서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달 궤도선에는 달 표면을 촬영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비롯해 국내에서 개발한 광시야편광카메라, 자기장측정기, 감마선분광기, 우주인터넷탑재체 등이 실릴 예정이다. 현재 이 탑재체들은 모두 항우연 시험 시설에 입고돼 조립과 기능시험을 완료했다. 이 원장은 "이달 중에는 달 극지방 영구음영 지역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NASA의 쉐도우캠 탑재체도 입고될 예정"이라며 "이후 달 궤도선의 모든 조립을 마치고 개발 마지막 단계인 우주 환경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누리호·달탐사 등의 국가대형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도 `뉴 스페이스` 흐름에 대응하고자 항우연 내 새 조직을 신설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대응하기 위해 대형 개발사업 중심에서 새로운 도전과 탐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항우연은 우주탐사나 핵심기술 개발 등 기업이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분야에 집중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해 기업들이 우주 분야에서도 이윤을 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혁신연구센터를 조직해 미래 선도형 연구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며 "그동안 해왔던 선진국 추격형 연구에서 탈피해 우주 선진국도 하지 못한 연구를 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미래혁신연구센터는 `2050년을 넘어서(Beyond 2050)` 라는 비전 하에 설립됐다. 선진국에서도 아직 개발하지 않은 새로운 개념 연구, 선진국에서 현재 개발 중이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분야의 선도 연구, 디지털설계개발(D3), 확장 현실과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연구 등을 주요 분야로 삼고 있다.

이 원장은 "구체적으로는 우주태양광발전, 우주 로봇 임무, 성간 통신을 비롯한 심우주통신기술, 스마트 데이터 기반 최적화 연구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항공우주 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센터 인력은 아직 최소한의 연구원들로만 구성돼 있다"며 "예산과 인력 한계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순 없겠지만,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시작하고자 한다"고 비전을 말했다. 이 일환으로 미래혁신연구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국내 우주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늦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우주 분야도 선진국을 추격하던 것에서 벗어나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우리나라의 낮은 우주시장 점유율이 앞으로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화, KAI, LIG 넥스원 등의 기업들은 그간 축적한 항공, 방산 기술력을 기반으로 우주 사업에 뛰어 들었고, 초소형위성, 소형발사체 개발, 위성데이터 활용사업 등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벤처기업들도 여럿 생겨나는 등 앞으로 국내 우주 분야에서 새로운 신화가 탄생할 것으로 본다"며 "정부 차원에서 우주 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 산업체가 투자를 지속 확대할 수 있도록 공공 수요 제시, 우주 R&D 사업에서 수익 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인선 기자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서울대 항공공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 폴사바티에대에서 자동제어(우주응용)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항우연 `우주 분야 1호 엔지니어`로 재직해 35년 동안 위성 분야 책임자로 일해왔다. 국내 최초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1호 개발의 체계 실무책임자를 시작으로, 해상도 1m급 광학위성 아리랑 2호 개발 조직의 그룹장, 서브미터급 광학위성 아리랑위성 3호와 국내 최초 영상레이더위성 아리랑위성 5호의 사업단장, 국내 독자개발한 정지궤도 기상위성 천리안 2A호와 정지궤도 해양·환경 관측위성인 천리안 2B호의 총괄연구책임자를 맡았다. 이후 항우연 부원장, 달탐사사업단장 등을 지내다 올해 3월 신임 원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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