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하 시인
최길하 시인
우리나라 국보 1호는 남대문이다. 1934년 일제가 정해 놓은 순서 그대로 맨 앞에 세우고 있다. 국보 보물을 줄세우기 한다면 <훈민정음해례본>, <팔만대장경>,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선두 다툼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한글의 언어기능이야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훈민정음해례본에는 한글의 제자원리와 그 뿌리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 설명을 보면 철학성과 과학성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글은 우리가 한 시도 빠지지 않고 쓰고 있고, 앞으로도 남녀노소 누구나 영원히 쓸 말과 글이 아닌가?

팔만대장경은 단순한 경전판각이 아니다. 일제치하처럼 나라가 사라지다시피 했는데도 간절히 하늘에 빈 기도문이다. 그 원력이었는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바람 앞에 촛불 같았던 나라는 마침내 지켜졌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는 우리 민족 시원의 대서사고 정체성인 하늘을 읽은 기록이다. 그런데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대해서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수박 겉핥기였고 답만 달달 외우는 시험보기용 교육이었는지 그 병폐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증거다.

<훈민정음해례본>, <팔만대장경>,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모두 하늘을 읽는 것으로부터 온 것이다. 하늘을 읽은 것은 반 만 년 전, 아니 그 보다 약 3000-4000년 더 전, 환인, 환웅의 배달겨례역사부터다.

우리민족의 정체성은 하늘을 읽고, 하늘에 묻고, 하늘에서 답을 얻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환인, 환웅, 박달, 신단수, 아사달, 단군, 제천사상, 조선, 신라 모두 그 기록의 명칭들이다. 고구려, 신라, 백제의 관직이며 왕 칭호도 대부분 하늘에 기댄 언어들이다. 예를 들어 신라왕의 칭호 차차웅, 마립간 등이 그렇다. 조선시대 궁전의 배치도와 건물의 이름들, 신라시대의 가람배치와 왕의 무덤, 중요한 유적지들이 하늘의 별자리와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우리 DNA에는 하늘에 있다는 증거다.

하늘을 잃어버린 오늘의 현실을 반성하고 다시 하늘을 품는 역사와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

최길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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