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대망론>
전국 단위 선거 캐스팅보트 역할
능동·주도적인 분위기 형성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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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대망론은 역대 대선 때마다 어김 없이 등장해 일정기간 동안 주목받는 키워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돌이켜보면 언제부터인가 힘을 잃고, 결국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한결같이 국민통합과 균형발전을 다짐하지만, 특정지역 또는 특정 정파 중심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정권을 잡지 못한 반대 진영은 형식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배려 차원의 안배가 있으나, 특정 진영에 쏠리지않는 충청은 `홀대`받지 않을 명분이 없다.

충청 민심은 전국 단위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로 불린다. 영호남과 달리 특정 정당에 대한 표 쏠림이 심하지 않은데다, 정치성향상 중도지향적이어서 선거일이 임박할 때까지 부동층이 두텁다. 이 때문에 여야간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질 경우, 충청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구애는 더욱 뜨거워진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집권세력은 전통적 지지층의 민심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 캐스팅 보트는 말 그대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결사체가 없는 한, 캐스팅 보트는 논공행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정가에서 지역대망론은 충청출신 인사에게만 붙여 사용된다. 출신이나 고향을 근거로 영남대망론, 호남대망론이라 불리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해방이후 영호남 모두 이미 대통령을 배출한 경험이 있고, 굳이 지역출신이 아니더라도 원내 1, 2당이 각각 영남과 호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상황에선 전통적 우군인 정당의 승리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충청대망론의 참담한 성적표만을 지켜봐야 했던 지역민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조원씨엔아이가 지난 6월 지역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충청출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7.9% 만으로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43.5%가 필요없다고 답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필요하다(60대이상: 52.9%)는 응답이 많았으나, 젊거나 어린 유권자(30세 미만: 21.2%)들은 필요하다는 응답이 극히 저조했다. <중앙선관위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충청대망론이 등장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충청대망론을 표방하며 출사표를 던졌던 양승조 충남지사는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이미 컷오프 탈락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범야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보수진영 충청대망론 주자로 오르내리지만, 잡음도 만만치 않다. 출신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철 지난 지역 연고주의`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심지어 일각에선 일부 충청대망론 주자들이 충청 지지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집토끼`보다 `산토끼`에 더 관심을 보이는 잘못된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제대로 성공한 적 없고, 지역민들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구태의연하게 출신이나 연고만을 근거로 충청대망론을 언급하다는 것은 아무런 실익을 거둘 수 없고, 자칫 불필요한 견제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정 지역을 텃밭 삼아 사회 전 영역을 대립구도로 몰고가는 후진적 정치행태도 이제 종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토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에 적합한 리더십이 절실하며, 이러한 리더십을 지지하는 게 충청대망론의 실체다. 충청 민심은 어디에서 나고 자랐는 지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균형·통합을 일궈낼 수 있는 충청 특유의 리더십을 누가 발휘하느냐를 판단할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충청은 캐스팅보트 역할로만 인식되고 중심에 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제는 중지를 모아 충청과 나라를 위해 결집해야 한다"며 "충청대망론은 충청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분위기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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