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요즘은 집과 방을 소재로 하는 예능방송이 먹방과 쿡방 그리고 반려동물 방송을 뛰어넘어 파죽지세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10평도 안 되는 땅에 4층 건물의 초협소주택의 꿈을 갖게 하고 아파트 삶에 시달린 우리를 상상하기 어려운 낮은 가격의 전원주택으로 안내해 주며 나아가 제주, 고성 등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캠핑카를 타고가 나의 앞마당으로 만들어 버린다. 시골집이 주는 정겨움과 마당에서 밥상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은 아련한 옛 추억의 집이 되기도 하고 집을 벗어나 작은 무인도에서 생활하며 작은 섬을 통째로 외딴집으로 만든다. 바다와 해변을 마당으로 만들고 섬 곳곳이 삶의 공간으로 들어오게 했다. 섬 생활의 단조로움이 최고의 힐링이고 그 곳이 아마도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일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만큼은 우리가 살고 싶은 집과 살고 있는 집 사이의 괴리는 그리 크지 않은 듯 보이나 실은 살고 싶은 집을 통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집에 대한 결핍을 채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을 나와 현실로 돌아오자. 서울의 폭발적인 부동산 상승이 지역으로 전파돼 온 나라가 부동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정부의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디 사십니까`라는 질문이 포함하는 함축적 의미, 노인요양원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주는 혐오의 메시지는 나만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고자 하는 수직상승을 지향하는 사회적 병리 현상일 것이다. 탐욕스럽게 질주하는 인간의 욕망만이 보인다. 그곳에는 우리란 없다. 오직 나와 가족만이 존재한다. 어떻게든 나와 가족을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려놓고 대를 이어 누리겠다는 욕망이 존재한다.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도 부동산 재테크만큼은 빠지지 않는다. 앨리스 푼의 저서 `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에서 보여주는 소수 권력가의 손에 쥐여진 홍콩의 토지 독점권이 연쇄적으로 만들어낸 빈부격차, 부동산 급등, 중산계층의 몰락 등 사회적 병폐가 홍콩을 부동산지옥으로 만들었다는 스토리는 홍콩만의 스토리가 아닌 게 됐다. 부동산의 독점권, 이제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경의 절기에 희년이라는 게 있다. 50년마다 팔렸던 땅과 집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절기다.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며 인간은 이 땅에 잠시 머무는 임차인이라 말한다. 토지가 소수에게 독점돼 가난의 대물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고 빈부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다. 하나님이 만든 토지는 하나님의 소유이며 인간은 공평과 정의라는 임대료를 하나님께 납부하고 빌려 사용하는 개념이다. `너희가, 더 차지할 곳이 없을 때까지, 집에 집을 더하고, 밭에 밭을 늘려 나가, 땅 한가운데서 홀로 사려고 하였으니 너희에게 재앙이 닥친다`라고 성경은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 토지공개념을 법에 반영해 투기억제 목적으로 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제 등을 마련했으나 위헌판결 받았다. 지금은 토지거래허가제와 용도지역지정을 통한 토지 이용 규제에 토지공개념을 반영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토지는 5년 동안 거래 시 지자체장 허가가 필요한 제도다. 용도지역지정은 토지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별 용도를 설정, 용도에 맞게 토지를 이용하는 규정이다.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존지역 등 4개의 용도지역이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선 60%의 토지가 정부소유이며 30년에서 100년까지의 임대기간 중 임대료를 통해 헬싱키시의 예산을 확보한다고 한다. 주택의 경우에도 일부 주택공개념이 적용된다. 재건축·재개발지역의 소유상한제, 공공임대아파트 의무비율,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한정된 범위에서 적용되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토지와 주택의 공개념 필요성을. 그러나 공개념이 주장하는 효율성과 공공성의 제고와 토지와 주택에 몰린 과도한 돈을 다른 산업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과 사유재산권 침해 및 그에 따른 부작용 사이의 가치 충돌은 언제쯤 극복될지 자문해 본다. 토지와 주택에서 만큼은 부익부 빈익빈을 대표하는 마태효과(Matthew effect)가 없어지길 바란다.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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