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입고 환자들 직접 접촉·치료 관리
1년 6개월 이상 밤낮없이 사투…피로누적
인력 확충·지원책 등 실질적 처우 개선 절실

대전지역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현장에서 연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치자 일선 의료진들이 얼음주머니로 열을 식히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대전지역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현장에서 연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치자 일선 의료진들이 얼음주머니로 열을 식히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시민이 함께 하면 이깁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은 K-방역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낮 없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방역관리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지난해 현장 의료진을 향한 국민 응원의 메시지인 `덕분에` 챌린지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1년 반이 넘어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의료진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그럼에도 방역 최일선에서 사태 종식을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에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고군분투 중인 의료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백의의 천사=의료진 가운데에서도 일선 간호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단연 돋보인다.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며 그들을 치료하고 관리하며 때로는 임종을 지켜보는 등 사실상 대부분의 의료행위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환자전담병상을 운영 중인 충남대병원 문민정(42) 선임간호사는 "다들 많이 지쳐 있다. 병상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중증환자들을 봐야 하니까,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며 "인력이 빠듯하다.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야 하는데, 시간도 더 걸리고 교대도 더 자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타 부서에서 파견이 많이 오는데, 때문에 병원 전체 의료진들이 다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애로점을 말했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문 선임간호사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밖에 없다. 우리가 여길 떠나면 누가 지키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더욱이 그는 간호사로서 사명감을 강조했다. 그는 "환자 가족들은 면회나 간병 자체가 안 된다. 인공호흡기라도 거는 날에는 전화 통화도 할 수 없다. 불안감이 매우 클 것"이라며 "그래도 우리를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우리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걱정하시지 말고 잘 퇴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전담병원인 을지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채은숙(37) 간호사는 "반입 금지 물품 중에 담배가 있는데, 흡연하시는 분들은 갑작스럽게 끊어야 하면서 몰래 들여왔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치매가 있으신 한 환자는 간호사 방호복을 뜯으려고 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채 간호사는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어떻게 보면 선택받을 수 있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이 계속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근무를 통해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이런 질환자들이 생겼을 때 전문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간호사로서 성취욕도 더 높아질 것 같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예비 의료인들도 방역 일선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대전시청 남문광장 임시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유전자 검출 검사를 맡고 있는 방역 인력 길준빈(27) 씨는 "올해 지역 한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선별검사소 일을 돕고 있다"며 "2시간 동안 일하고 1시간 휴식하는데, 계속 서 있으면서 검사를 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그렇지만 방역 최일선에서 코로나19 전염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면 보람"이라고 말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지난달 말부터 운영 중인 대전 서구 관저동 한국발전인재개발원 코로나19 제2생활치료센터(제2생치센터)에는 협력 병원인 건양대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을 파견 중이다. 파견 의사로 활동 중인 김홍욱 비뇨의학과 교수는 자원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뒤 역사책에 등장하게 되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점으로라도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원하게 됐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말과 달리 본래 근무지인 건양대병원과 제2생치센터를 오가며 평일엔 4차례, 주말에 2차례 경증 코로나19 환자들을 살피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뛰고 있었다. 그는 최근 타지역 생치센터에서 입소 환자 중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우리가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인데, 또 그런 분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방역지침에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는 "거리두기 강화가 의료시스템 과부하를 막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인내하며 따라주는 국민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덕분에`=대전에는 중증환자전담병상을 운영 중인 충남대병원을 비롯해 대전보훈병원·국군대전병원·을지대병원·건양대병원 등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돼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연일 혈투를 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번 달 말 종료 예정인 대전에 위치한 충청권 제4생활치료센터와 제2·3생활치료센터에서는 경증 환자를 돕고 있다. 또 대전에서는 5개구 보건소와 4개 선별진료소 등에서도 코로나19 의료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많은 의료진이 코로나19 위험을 감수하면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지역 방역당국에서는 의료진의 이러한 희생에 감사하면서 각종 지원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의료진의 오아시스` 회복 지원차가 눈길을 끌고 있다. 거세진 확산세로 인해 선별진료소에 검사 대상자들이 몰려들며 매일 전쟁을 겪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재난현장 소방대원을 위해 제작된 회복지원차를 의료진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한 것이다. 회복지원차 내부에는 전자렌지, 냉장고, 음료와 식사 등을 갖춘 이동쉼터로 꾸며져 있다. 선별진료소 한 의료진은 "습하고 더운 날씨에 매일 너무 지친다"면서도 "회복지원차에서 잠시 편하게 쉴 수 있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장진웅·박우경·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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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의료진이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대상자에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대전의 한 의료진이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대상자에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이 감염병전담병원인 대전보훈병원을 찾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을 방문해 위로,격려하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이 감염병전담병원인 대전보훈병원을 찾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을 방문해 위로,격려하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대전소방본부가 코로나19 의료진을 위해 제공한 회복지원차량 모습. 사진=대전일보 DB
대전소방본부가 코로나19 의료진을 위해 제공한 회복지원차량 모습. 사진=대전일보 DB
녹초가 된 코로나19 의료진들을 위해 대전소방본부가 제공한 회복지원차량이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어 관심이다. 사진=대전일보 DB
녹초가 된 코로나19 의료진들을 위해 대전소방본부가 제공한 회복지원차량이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어 관심이다. 사진=대전일보 DB

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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