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대가는 어떤 일에 들인 노력이나 희생에 대해 받는 값을 뜻한다. 보상 없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는 부모의 보이지 않는 사랑은 대가를 책정할 수도 지불할 수도 없다. 오늘날은 돈이 없으면 꿈을 꿀 수도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돈에 의해 지배되어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말 그대로 돈이 세상을 돌리고 있고 세상은 돈의 권력에 움직이고 지배당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는 계층이 나눠지고 있다는 씁쓸한 느낌을 필연적으로 받는다. 국가는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생활의 발전을 위한 대가로 국민들의 소득 일부분을 세금으로 받는다. 일상생활에서는 수도, 전기 등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통상적으로 구매하거나 소비하는 모든 제품에는 간접세가 부여돼 대가를 지불한다. 기업은 일한만큼 직원에게 대가를 지불한다. 의사, 변호사, 세무사, 건축사 등 전문직도 경험과 지식으로 일한만큼 대가를 받는다.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만 바뀌었지 대가의 기대는 그대로다. 모든 대가가 노동력을 제공한대로 지불된다면 모두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력 제공에 대한 서로간의 합의점을 때때로 찾지 못해 분쟁이 생기고 인과관계가 무너지게 된다. 불합리한 대가의 지불로 국민 안전을 위협받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일례로 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재개발 해체공사 붕괴사고 원인이 무리한 해체방식과 불법 재하도급의 문제다. 그중 불법하도급이 문제였다. 단위면적(3.3㎡)당 원도급사에는 25만 원에 계약했으나 하도급사에는 10만 원이라는 대가의 지불로 감소되고 불법 재하도급으로 재차 진행되면서 4만 원이라는 공사비의 대가가 발생된 것이다. 4만 원이라면 원공사비 28만 원의 16% 수준이다. 16%의 해체공사비로는 안전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갖출 수 없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해 적법한 해체공사를 시행하지 못한 명백한 인재 사고인 것이다. 원도급업자가 28만 원 계약 공사비를 적법한 대가대로 진행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까운 생명을 빼앗길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항상 사고가 발생하고 매스컴에 보도되면 국토부는 원인규명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법을 강화해 또 다른 법령을 발표한다.

사전에 국토부에서 사전조사해 불법하도급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적법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사를 진행하도록 유도했다면 매년 일어나는 인재 사고는 많이 예방되고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토부 한마디에 건설관련분야는 전체가 흔들리고 막중한 책임만 떠안으며 지불하지 않아도 될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제는 곪고 상처난 부위만 그때그때 치료할 것인지, 마취를 하고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건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건설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를 국토부는 신중하게 결정해 최소의 대가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고 항상 옆에 있는 건축물에 눈을 돌려보아도 대가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오래되고 노후된 건축물 유지관리, 건축물해체 감리, 건축물 설계·감리는 건축사의 고유업무이며 국가에서 정한 업무대가기준이 있다. 건축주는 건축사에게 설계, 감리용역을 의뢰할 때는 업무대가에 맞는 용역비와 용역범위를 검토한 후 계약해야 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최소 비용을 지불해서 건물을 신축하거나 용도변경, 대수선 등을 지불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 적법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적법한 양질의 건물을 소유하는 것이 장기적인 투자에도 유리하다는 것을 건축주나 건축사 모두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예로부터 인간관계에서도 품앗이라는 관습으로 서로간의 어려움이나 기쁨 등을 나누면서 살아온 좋은 문화와 슬기로움이 우리에게는 내재되어 있다. 그렇기에 많은 국난 속에서 도움과 희생이라는 대가로 나라를 지탱해왔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시대로 인하여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후대로부터 빌려쓴다는 환경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해 이상한 기후변화 등으로 이 같은 대가의 지급과는 또 다른 혹독한 대가의 지급을 계속해서 지불해야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빨리 빨리`에 익숙해진 조급한 습관과 엉터리 대가는 과감하게 청산하고 원칙을 중요시하고 올바른 대가의 지불로 정직하고 안전한 사회로 발돋움하는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기를 바란다.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