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부사업단장
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부사업단장
몇 년 전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히트했었다.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로맨스물인데, 마침 본격화되던 한류 열풍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별에서 온 그대`라는 제목은 과학적으로도 정확한 표현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별을 구성하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We are made of star stuff)"고 했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 없이 한순간도 살 수 없지만, 그럼에도 태양이 우리 존재의 기원은 아니다. 태양은 92%의 수소와 8%의 헬륨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인간의 몸에는 전체의 63%를 차지하는 수소 외에, 산소와 탄소를 비롯해 소량의 질소, 인, 황, 염소 등 무거운 원소들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과거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의 빅뱅 때 일어난 핵반응으로 모든 원소가 만들어졌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빅뱅을 통해서는 수소와 헬륨처럼 가벼운 원소만 생성된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때 등장한 네 명의 물리학자가 새로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윌리엄 파울러, 프레드 호일, 마거릿과 제프리 버비지 부부가 그들로, 발상을 전환해 별의 내부에 주목했다. 이들은 별의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 조건으로 인해 가벼운 원소들이 융합해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핵물리학을 별에 적용한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1957년 별에서의 원소 합성에 대한 논문으로 출간됐다. 공저자들의 이름 첫 글자를 따 `B2FH`라고 알려진 이 논문은 천체핵물리학의 시작을 상징한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수천 회 넘게 인용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후 천체핵물리학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초신성 폭발과 같은 천체현상에서 일어나는, `빠른중성자포획과정`으로 알려진 원소 합성 과정 규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초신성 폭발은 태양이 약 100억 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낼 정도로 어마어마한 온도와 밀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상태에서는 가벼운 원소가 매우 빠르게 중성자를 포획하며 무거운 원소로 합성될 수 있다. 물론 초신성 폭발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는 없다. 대신 학자들은 빠른중성자포획과정에 있는 핵반응, 핵의 질량과 수명 등의 정보를 실험적으로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전 신동지구에 구축 중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바로 이러한 천체핵물리학에 활용된다. 앞서 언급한 빠른중성자포획과정에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동위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온을 통해 이 희귀동위원소를 생성 및 분리해 관련 연구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또한 2년 전 기초과학연구원(IBS)에 설립된 희귀 핵 연구단도 라온을 활용한 천체핵물리학 실험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 중이다. 우리 존재의 기원을 밝힌다니, 얼마나 가슴 뛰고 멋진 일을 하는 학문인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찾아낼 흥미로운 답을 기대해본다. 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부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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