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전배 (재)천안문화재단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임전배 (재)천안문화재단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오랜만에 외출하는 친구, 한껏 차려입고 멋 부린 티가 역력하다. 택시기사가 행선지를 묻자 둘은 부산스런 수다를 흠칫 멈춘다. 눈빛교환 끝에 터지는 서슴없는 외침, "전설의 고향!!" 기사는 룸미러 속으로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아~ 예술의전당요" 소나타는 주체 못할 웃음을 싣고 1991년 서초동으로 향한다.

30년 전 세간에 회자됐던 이야기로`전설의 고향`과 `예술의전당`은 단어배열의 유사성만 있을 뿐 공감각적 개연성은 전혀 없다. 먼저 전설의 고향은 흑백TV때부터 컬러로 천지개벽한 후까지 12년간 무더운 여름밤 정기적으로 오싹한 청량감을 선사했던 납량(納凉)특집물이다. 이어 등장하는 `예술의전당`은 1988년 서울 서초구에 들어선 극장이다. 예술의전당은 기존 세종문화회관의 공공행사장 기능과는 구별된 오페라 등 국내 클래식전용극장의 전형(典型)으로 우뚝 선 예술 공간이다. 이후 전국지자체마다 현대적 대형공연장을 경쟁적으로 건립하면서 예술의전당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극장이 어언 열댓 곳으로 늘었다.

전당(殿堂)은 `예술이 펼쳐지는 높고 큰 화려한 집`이라는 뜻이다. 충청권에는 이러한 예술관련 웅장한 집이 네 곳이나 된다. 천안·대전·청주예술의전당 외에 세종시도 개관을 준비 중이다. 시설규모는 대극장(객석 수/개관연도)기준으로 다음과 같다, 천안예술의전당(1642석/2012년) 대전예술의전당(1546석/2003년) 청주예술의전당(1508석/1995년)은 이미 우리충청인의 자긍심이자 공연의 허브다. 더하여 세종예술의전당(1071석/2022년)은 기대되는 미래가치다.

극장마다 객석·무대·인력 등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미션은 지역에 다양한 예술콘텐츠를 끊임없는 공급하는 역할이다. 이 단계를 지나 극장이 상호연대하면 더 큰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구나 꿈꾸는 세계 최정상 비엔나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가상해보자. 기획부터 초청·입출국·체류·공연·정산까지 개별극장이 단독으로 진행할 경우 공연비부담과 홍보마케팅 모객 문제 등 감당해야 할 필수업무는 상상이상이다. 하지만 인근지역 극장들과 공동 진행한다면 고정비용은 현저히 낮추고 관객만족도는 월등히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이후엔 각 극장마다 수작을 더 많이 무대에 올릴 여력이 확보되기도 한다.

이같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연산업을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에 적용해보면 어떨는지. 규모의 경제는, 기업이 일부 재화·서비스를 생산할 경우 생산량을 확대할수록 투입되는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규모의 경제를 예술경영과 연관하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니나 기존 고정관념을 접으면 경영혁신이 이뤄진다. 협업의 효과는 지역의 역사·인물·문화의 수월성을 구현하는 창작극·오페라·뮤지컬제작도 가능하다.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공유, 공동기획 작품 순회공연, 국고지원 사업 연계공모, 지역예술인 출연기회 확대, 문화소외계층 관람기회 증진 등 예술영역의 실질적 외연이 확대된다.

충청권 예술의전당의 위상은 이미 전국 공연계에 정평이 자자하다. 그간의 성과 위에 이제 창의적 도약을 위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반경 35㎞내 인접한 4곳 대전·청주·세종·천안예술의전당이 大同협력하면 광역생활권의 문화향유 기회를 신장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 극장의 영원한 주인인 지역민들께서 긍정의 신념으로 충청권 4대 예술의전당과 함께 대한민국 문화예술사에 진취적 새 역사를 만들어주시길 고대한다. 임전배 (재)천안문화재단 천안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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