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23일까지 가계대출 허용
각 창구 대출 상담문의 부쩍 늘어
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효과 우려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압박에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출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취급을 모두 중단한다. 23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NH농협은행 대출 창구에서 직원과 고객 사이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정민지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압박에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출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취급을 모두 중단한다. 23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NH농협은행 대출 창구에서 직원과 고객 사이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정민지 기자
"농협은행이 주거래 은행으로, 오늘까지 접수된 대출만 취급한다는 소식에 불안한 마음을 갖고 대출 창구를 찾았습니다."

NH농협은행이 24일부터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키로 하자 23일 대전 지역 농협은행 지점 등에는 대출 상담을 받으려는 고객이 평소보다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고 대출 실수요자뿐 아니라 금융권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대다수 고객은 전세자금대출 가능여부와 한도 등을 상담하며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농협의 한 지점을 찾은 고객은 "오는 11월 초 전세계약이 만료돼 재계약 또는 다른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두 가지 경우 모두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농협의 대출 중단 소식에 마음이 급해져 다른 일은 뒤로 미룬 채 은행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평소보다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상담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농협은행 대출을 고려했던 수요자들이 타 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나 마이너스 통장 개설 등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한 심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출 중단에 따라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자들이 다른 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우려하고 있다. 대출을 중단하는 은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출 막차를 타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SC제일은행도 지난 18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 상품 `퍼스트홈론`을 일부 중단했고, 우리은행도 내달 말까지 신규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농협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했던 한 고객은 "오랜 기간 농협은행을 거래 해왔지만, 갑자기 대출이 안 돼 당황스럽다"며 "주택 마련을 위해 주거래 은행을 바꿔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출 실수요자는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에 이어 다른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 하다"며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등의 부담이 커져도 대출 가능은행을 선택해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의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으로 금융 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결국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NH농협은행·농협중앙회의 대출 중단과 같은 조처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대다수 금융회사는 가계대출 자체 취급 목표치까지 아직 여유가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은행은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는 대출이 재개될 예정"이라며 " SC은행의 일부 주담대 중단은 이용이 저조한 금리 산정 방식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다른 금리산정 방식에 따른 주담대는 계속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신용 팽창이 빠르게 진행됐으나,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만큼 민간 신용 공급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앞으로 대출금리 인상, 우대금리 하향조정, 대출한도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정인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