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현 충남대 과학지식연구소 교수
성을현 충남대 과학지식연구소 교수
기술혁신모형으로서 트리플 힐릭스(Triple Helix) 모형이 있다. 이 트리플 힐릭스모형은 헨리 에츠코비츠(Henry Etzkowitz)에 의해 1990년대 중반에 대학, 산업, 정부 사이의 상호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됐다. 트리플(Triple)은 산·학·관(산업체, 대학 및 연구기관, 정부)을 의미하며, 힐릭스(Helix)는 나선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모형의 핵심은 지식정보기반사회에서 기술혁신이 산업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을 통해 나타나며, 다양한 혁신주체 간 상호작용을 통해 비선형적으로 발생하는 바, 이러한 비선형적 기술혁신 창출과정을 산학관이라는 3주체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트리플 힐릭스모형에서 한 단계 발전한 기술혁신모형이 쿼드루플 힐릭스(Quadruple Helix)모형이다. 이 쿼드루플 힐릭스모형은 트리플 힐릭스모형의 산·학·관에서 시민사회를 추가한 것으로 2009년 카라얀니스와 캠벨(Carayannis & Campbell)에 의해 처음 제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쿼드루플 힐릭스모형에서는 시민사회를 강조하며, 시민사회는 단순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자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지역사회의 문제해결과 지역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지역혁신의 주요 주체로서 강조되고 있다. 쿼드루플 힐릭스 모형과 관련해 독일의 슈츠 등(Schutx, et al., 2019)의 연구에서 산·학·관 외의 4번째 혁신주체로서 협력과 상호작용과정에서 비전문가인 시민이 참여할 때 보다 더 유효한 혁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대전은 다른 지역과 달리 과학기술 및 산업과 관련된 중앙기관이 유난히 많다. 대표적으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있으며, 특허청, 코레일, 수자원공사 등도 이에 포함된다. 이 기관들이 대전에 정착한지는 이제 길게는 50여 년에 이른다. 이 기관들이 오랜 기간 동안 대전에 위치해 있으며 그동안 대전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가에 대해, 이 기관들이 대전지역에 위치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전지역의 위상을 높여주는 등 기여도가 있음을 강조하는 긍정론과 대전지역에 위치해있을 뿐인지 그 동안 기여한 것이 거의 없다는 부정론이 상존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관점에서 중앙기관이 대전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따지면 후자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앙기관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필자의 답은 `No`이다. 사실, 중앙기관들이 특정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나서서 그 지역에 혜택을 준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당장 지역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으며, 지역 간 정치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대전은 중앙기관의 지역 유치 자체만으로 안주하며, 중앙기관들이 지역에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바라고 기다린 측면이 없지 않다. 다행히 최근 들어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 등이 주도가 되어 중앙기관이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지역의 관점에서 지역이 주도가 돼 중앙기관의 지역에의 참여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중앙기관을 지역사회에 참여시킬 것인가이다. 이의 한 방안으로 쿼드루플 힐릭스모형을 대전형으로 구조화하여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즉, 중앙기관의 종사자들을 대전의 한 시민으로서 지역의 문제해결과 혁신에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만나본 많은 중앙기관의 종사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대전의 시민으로 살아오며 지역에 대한 애착과 함께 그동안의 지역사회에 대한 비 기여에 따른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래서 인지 재능기부 등 향후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을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에 시민의 한사람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우수한 역량기반 집단지성을 통한 실제 지역사회의 문제해결과 중앙기관과 지역 간 접점을 형성해 나가자는 것이다. 보다 세부적이고 실행가능한 대전형 쿼드루플 힐릭스모형이 만들어지길 대전시에 기대한다. 성을현 충남대 과학지식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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