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이달 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가 개관하며 생길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제2엑스포교가 이달 18일 개통됐다. 근처에 다른 다리는 어디 있나 생각해보니 야경이 아름다운 엑스포다리와 카이스트교가 떠올랐다.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 당시 엑스포 상징물의 하나로 깊은 인상을 준 엑스포다리는 2009년에 현재의 야경 조명으로 단장했지만, 차량이 다니지 않아 `대교`라고 불리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카이스트교는 교량명을 지정하기 위해 `카이스트`를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고유명사로 인정받고 난 뒤 2016년 개통됐다. 이제 제2엑스포교까지 개통됐지만 새 교량이 건설되고 교통량이 분산되어 정체가 나아질 것인지, 아트앤사이언스로 인한 정체가 심해질 것인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와 같은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체감상 정체가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종종 차가 막힐 때마다, 특히나 급히 가야 할 일이 있으면 숨이 가빠지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막힌 상태에서 오랜 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허리가 아프고, 계속 집중이 필요해서 피곤이 몰려온다. 이럴 때 딱 맞는 한의학 용어가 있다.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고 해서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말이다. 온몸에 기혈(氣血)의 흐름이 충만하게 잘 순환돼 흐르면 건강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몸이 아프고 건강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할 때 1만분의 1 확률로 생긴다는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심부정맥혈전증(DVT, Deep Vein Thrombosis))과도 비슷하다. 막히면 아프다.

기혈의 순환이 막혀도 몸이 아픈데, 실제로 길이 막혀도 아픈 일이 생길까? 이런 연구가 서울과 비슷한 정도의 교통체증을 보이는 미국 LA지역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교통체증으로 일어나는 무력감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웰빙 문제를 다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생활 스트레스 요인으로 교통체증을 들고 있다. LA에서 산타 모니카까지의 출퇴근시간이 평균 45분인데, 교통체증으로 87분까지 늘어나게 되면 야간 가정폭력 발생률이 9%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스웨덴 부부 200만 명의 삶을 10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출퇴근 시간이 80분 이상 되는 부부는 별거, 이혼율이 40%나 더 높다고 한다. 대부분 남성이 장거리 통근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여성이 가사나 육아를 더 전담하게 된다. 이는 남성에게 더 높은 연봉이나 경력을 기대하게 하고, 여성에게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사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시간 압박을 더 많이 주며 직장에서 덜 성공적이라고 느끼게 만든다고 한다. 그만큼 교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몸의 순환이 막혀 아픈 것처럼 고통스러운 결말을 맞는 걸까 싶다.

비단 교통의 문제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난달 27일부터 대전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유지하고 있고, 확진자 수가 급증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교통과 마음은 통하고, 코로나바이러스는 통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고민해 본다.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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