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석 한밭대 국제교류원장
권기석 한밭대 국제교류원장
공공기술 사업화정책이란 정부가 출연연구소나 대학이 수행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결과물을 시장으로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기술이전촉진법이 개정되면서, 공공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에 기술이전조직, 창업보육센터, 기술지주회사, 기술거래소가 설치됐다. 이제 기술사업화는 대학과 공공연구소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수치적 성과로는 2018년 기준 2만 6171건의 기술사업화, 1884억 원의 기술료 수입은 물론, 910개의 연구소기업, 997개의 자회사를 배출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OECD의 평가를 비롯,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 국가혁신시스템의 대표적 약점으로 공공R&D 결과의 산업계 연계 미흡을 빈번하게 지적한다. 국내 전문가들도 중복성마저 우려되는 부처주도의 하향식(top-down) 기술사업화 정책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억할 만한 공공연구소발 기업 브랜드가 얼마나 있는가? 정부출연연구소가 입지한 대전이 실리콘 밸리나 판교와 견줄 만한 기술사업화와 창업의 요람으로 발전하고 있는가? 이에 현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한 아래로부터의(bottom-up) 정책 및 제도 개선이 요청되고 있다.

첫째, 정부출연연구소의 임무로, 기술사업화가 가지는 조직 내 인식의 문제다. 다양한 기술사업화 지원사업화 평가 등의 정책으로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술이전과 사업화 활동을 장려하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기능인가에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기술개발을 통해 실험실에서 바로 시장으로 경제적 성과를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최근 R&D 추세로 인식되고 있으며, 정부출연연구소가 직접적으로 기여해 국가 내 특정 산업이나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연구자체보다 중요한 기능일 수 있다. 정부와 경영진은 공공연구개발의 시장연계 성과확산을 지역을 살릴 중대한 임무로 인식하고 정책집행과 지원에 임해야 한다.

둘째, 기술사업화 지원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기술사업화 전문인력은 지속적 양적 팽창을 거듭해 왔으나, 업무영역이 단순 기술이전 마케팅과 계약, 특허관리 등으로 한정돼 질적 전문성은 답보상태에 있다. 조직 내에서도 행정기능의 일부로 인식되는 형편이어서,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돕는 독자적인 전문성을 발휘할 공간이 부족하다. 기술사업화 인력을 전문 직군으로 두고, 변리사와 시장분석 전문가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부설기관화, 독자법인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기술사업화 지원 기관들이 지원 생태계를 형성하면서, 실험실에서 인큐베이션, 유니콘 기업에 이르도록 돕는 유기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과학기술자가 경제적 부유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지역 경제 발전의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연구인력에 대한 성과보상에 비해, 기술이전 사업화에 대한 성과보상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술이전이나 연구원 창업에 대해 획기적인 금전적 동기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강화하자. 연구자의 기술기반의 창업 시, 연구공백을 메꿔주는 추가 정원(TO)을 보장해주고, 기술료 수입을 창업지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 공직자 윤리관련 법률과의 상충을 근거로 창업 시 겸직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든지, 창업기업 관련 주식 취득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불합리성을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 권기석 한밭대 국제교류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