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농가, 품삯 올려도 일손 못 구해
"코로나 끝나기 전까지 사실상 대책 없어"

[천안]코로나19의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 부족이 장기화되며 추석대목을 앞둔 천안 농가들이 일손 걱정에 울상을 짓고 있다. 품삯도 많이 오른데다 농삿일을 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장으로 옮겨가는 사례도 많아지며 농가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22일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천안시 등록외국인(1만 7548명) 중 E-9비자(비전문취업)와 H-2비자(방문취업 재외동포)를 가진 외국인은 6220명(E-9 3941명, H-2 2279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 6월 말(E-9 또는 H-2 9174명)과 비교해 32.1%나 줄었다. 지난해 6월 8051명(E-9 4542명, H-2 3505명)보다도 크게 감소했다. E-9과 H-2 비자는 주로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근로자로 농축산업, 제조업, 건설업 등 노동집약적 현장에 취업하는 인력이다.

천안지역 배 농가들은 당장 추석에 내놓을 배 수확이 걱정이다. 최근 농촌에 그나마 남아있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탓이다. 천안지역에는 1만 평 이상 농사를 짓는 배 농가가 대다수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다. 성환읍에서 2만 평 배 농사를 짓는 전 모씨는 "최근 농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번에 다 공장에 취직했다"면서 "코로나 아니어도 일손이 없었는데 있던 사람들도 다 뺏기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농촌과 마찬가지로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제조업체들의 인력 수요가 많아지자 농촌 근로자들이 공장 취업으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무더위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농촌일보다 실내에서 일하는 공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오이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병천면에서 오이 하우스 10동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요즘은 불법체류자들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작년에도 급여를 많이 올려줬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30% 높여줬다. 그래도 공장으로 갔다"고 털어놨다. 천안 오이는 1년 중 10개월을 수확한다. 당일 출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수확을 시작해야 한다. 김 씨는 근로자가 없어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가족들이 새벽 3시부터 나가서 모자에 전등불 비추면서 따고 있다. 작년보다 값이 좋아졌는데도 내놓지를 못하니 답답하다"며 "병천 오이농가 중에는 작년보다 줄여서 짓는 농가도 있고 아예 시설을 내놓은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올 초부터 등록외국인의 비자연장, 계절근로자 활용 등 인력난 해소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및 입국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충남에 배정된 463명 중 단 한명도 입국하지 않았다.

병천면의 한 농민은 "농민들이야 수확이 적어도 값이 좋아 버는 것은 비슷해 어찌 어찌 살거다. 하지만 올해 농사 포기한 농사꾼들 많아서 내년도 물가는 어마어마할 거다"라며 "정부가 좀 나서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진짜 알고 정책을 내놓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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