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파력이 강한 인도 유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백신 접종 국가에서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델타변이는 기존의 알파변이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빠른 전파속도로 그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즉, 이 변종 바이러스는 감염된 한 사람이 적게는 다섯명에서 많게는 여덟명까지 전파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정도의 전파능력은 메르스, 사스, 일반 감기, 인플루엔자, 스페인 독감보다 높다고 한다. 캐나다와 스코틀랜드의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델타변이는 입원 또는 사망률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훨씬 높다는 결과도 있다. 또한, 백신을 2회 완전 접종을 받은 사람도 델타변이에 감염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짧은 기간 동안 얼마든지 전염시킬 수도 있는 돌파감염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돌파 감염은 집단 행사, 밀집된 환경에서 전파가 일어날 경우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백신 생산국인 미국은 돌파감염 우려에 대비해서 장기 이식 환자 등 일부 면역 체계가 취약한 계층에게 이미 백신 완전접종자에게도 한 번 더 추가 부스터 접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코로나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을 구경조차 못한 빈곤국가들에게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과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백신 접종은 바이러스 농도를 감소시키고, 증상을 경감시키고, 바이러스 검출 기간을 단축시켜서 전파능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현재 세계적인 바이러스 종식 방법으로 가장 빠른 대안이다.

사실 돌연변이는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으로 무작위로 일어나며, 돌연변이체 중에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가 선택적으로 살아남는 진화의 원동력이다. 인간의 경우도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돌연변이를 물려 받을 수도 있고, 원래 부모에게는 없던 돌연변이가 무작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돌연변이로 인해 인간의 다양한 형질이 결정되고 사람마다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즉, 돌연변이로 인해 생물학적 다양성이 생긴다. 흔히 개성이나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의 차이도 다 돌연변이적 특성이다. 특정질환의 위험도 증가나 심지어 암도 돌연변이에 의해서 발생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복제할 때마다 더욱 더 돌연변이가 잘 발생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델타 돌연변이는 높은 전염능력을 자랑하며 다시 한 번 영리하게 살아남는 생존 전략을 구축한 채 빠르게 등장했다. 백신 접종으로 전세계가 다같이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 질긴 바이러스의 생명력은 좀처럼 우리 곁을 쉽사리 떠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뛰는 인간 위에 나는 바이러스 있는 것처럼 우리를 지치게 한다.

국내에서도 델타변이의 등장으로 연일 최고 일일 확진자 수를 경신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방역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실시하고 있고, 백신 접종자수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공동체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돌연변이 속성을 지닌 사람들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백신 다음으로 방역의 중요한 자원은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 참여 의지와 인내심이다. 이러한 힘으로 현재까지 버틴 것이다. 정부 당국도 벌금을 부과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서라도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사람들과 단체에게는 강력한 경고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 돌연변이를 통해 갈수록 진화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력과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인한 또 다른 위험 인자와의 긴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이타적 마음과 마스크 쓰기가 우선이다.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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