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갤러리 숨 대표
이양희 갤러리 숨 대표
경북 구미에는 300년 된 고택이 있다. 그곳은 단순히 유구한 세월을 간직한 집이 아니라 삶과 전통을 이어가며 오랜 세월 동안 삶의 향취와 애환 있는 대대로 사람이 사는 집이다.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고 있는 종가고택의 삶이 우리네 삶과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며 집을 유지하고 지키는 주인의 집에 대한 철학이 있다.

또 하나의 집인 나의 어린 시절의 집은 다섯 살인지 여섯 살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곳이다. 우리 가족이 이사를 하게 된 시골집은 허름한 흙벽으로 된 농가였는데 찬 바람 소슬하던 그 해 가을에 우리 가족은 옥수숫대를 잘게 썰어 황토 흙과 섞어서 온 가족이 모여 벽을 보수하고 초가지붕을 양철 지붕으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집 아궁이마다 군불을 지폈는데 그 촉촉한 흙벽이 온기로 말라가는 그 느낌은 잊을 수 없다. 아버지와의 추억 중에 온 감각을 모두 불러내어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랫동안 각인된 추억이다.

집은 가족이 누리는 가장 안락하고 안전한 공간이면서 추억과 기억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다. 요즘은 세월이 흘러 가장 좋은 집은 공간의 개성보다 입지조건 등 가격 상승요인과 투자여건에 따라 좋은 집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깊이 생각을 했다. 최근 고향이라는 개념은 넓고 모호해져서 지역 정도로만 나누고 지방 출신 수도권 출신으로 계급 분류하듯 나뉜다. 한 달 가까이 제주도 중산간 주택에서 살아 볼 기회를 얻으면서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고민이 생겼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꾸시던 텃밭이며 동네 느티나무 이름까지 온 감각이 깨어나 고향 집에 대한 추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람은 원래 흙의 정기를 받고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 말씀과 자연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우리들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집에 대한 기본 기능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가운데 투자와 경제논리로 만든 요즘의 아파트 공화국이 우리들의 추억과 가족 간의 유대까지 그리고 이웃에 대한 나눔과 배려까지 모두 돈으로 환산된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양희 갤러리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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