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숙 갑진건축사사무소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유병숙 갑진건축사사무소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는 팬데믹을 넘어 이제는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일상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말하며 우리는 기후위기는 마치 무관한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무관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 역시 기후위기 시대의 상징 아닌가. 지구의 절반이 불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021년 8월 지구 이슈는 코로나19, 백신접종, 산불, 지진, 더위, 아프간, 기후위기, 오염 등이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도 지구 곳곳에서 지구 온도가 상승해 자연발화가 되었다는 산불은 터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알제리, 튀니지, 시베리아, 미국 등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럽, 북미, 북아프리카까지 세계 곳곳이 유례 없는 폭염과 건조한 날씨 속에 사실상 통제 불능인 불길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향후 기후위기(기후 변화를 넘어 지금의 이 상황은 분명 기후위기다)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화재위험이 커졌다고 경고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탄소 배출이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뉴스에서는 시베리아 동토가 화재에 휩싸여 있는 것이 심각한 것은 탄소가 다량 묻혀있는 시베리아 동토가 녹는다면 기후위기에 더 큰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구의 환경이 마치 우리 인간만의 소유인 것처럼 절제하지 않고 적극 사용한 결과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계에서는 마치 남의 일인 양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위기가 건축계만을 피해 갔다는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에서 건축 관련 사건사고가 나고 나면 머지않아 법이 바뀐다는 예고가 되곤 한다. 2016년 경주 지진 발생 후 구조기준 및 필로티 구조의 설계·감리에 대한 강화, 2017년 원주 목욕탕화재에 따른 소방 기준 강화 및 소방관 진입창 설치 기준 마련, 범죄 예방 설계 등이 그것이다. 모든 것을 법에 담을 수는 없겠으나 법에 있지 않으면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건축법 및 관련 법령들은 점점 많아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굳이 건축법에 이렇게까지 명시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법은 점점 치밀해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여러 가지 기후 변화와 상황 변화는 아주 밀접하게 건축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시대를 반영한다는 건축 분야 에너지 계획은 어떠한가.

에너지 측면에서 건축은 500㎡ 이상의 건축물에 에너지절약계획서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의 설계 시공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 해마다 건축의 단열기준은 강화되고 있다. 머지않아 에너지 사용을 극소화한 `제로 하우스` 건축이 일상이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에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설계 방식과 시공은 소극적이란 뜻의 네거티브(negative)로 설비적인 것을 반영하는 건 적극적이란 뜻의 포지티브(positive)라고 이름을 지어 놓았다. 에너지 절약계획의 시작부터 자연을 활용하는 것을 소극적인 것으로 보았다는 이야기이다. 자연환경에 순응해 지리적 위치와 주변 환경을 반영하고 방위를 활용한 에너질 절약형 건축물은 없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계획서의 점수 항목에 지리적 질문과 이와 관련한 항목을 설계에 반영한 것을 점수로 주는 항목이 없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것이다. 이대로 지속해도 될 것인가.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건축을 하는 것인가. `지속가능한(sustainable)` 이라는 단어는 에너지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위기의 시대, 설비적인 측면을 적극 활용한 현재의 에너지절약계획으로 지어진 건축을 친환경건축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 것인가. 에너지가 지금처럼 언제나 공급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진정 지속가능한 건축이어야 하는가. 물음이 많아지는 시대다. 이 시대 건축계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유병숙 갑진건축사사무소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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