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
이상무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작년과 올해 가장 많이 회자된 말 중에 하나가 `뉴 노멀`일 것이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도래했으니,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교육학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오늘날의 팬데믹은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것이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새로운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과 비슷한 상황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어떻게 대처하고 견뎠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 관련된 과거의 여러 사건들을 되짚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조선시대에도 전염병이나 기근과 같은 국가의 큰 재난이 닥치면 학교의 운영이나 과거제도와 관련된 여러 행사 일정들은 뒤로 미뤄지고, 규모도 축소되었다. 학생들의 학업을 점검하는 시험이 연기되거나, 과거시험도 간략하게 변경되기 실시한 적도 있었다. 또한 과거시험 합격자를 위한 축하행사의 절차도 대폭 생략하고, 일선 관청에도 물자를 절약하는 모범을 보이라는 지시가 사례들도 볼 수 있다. 이때의 각종 조치들은 후대에 비슷한 사안이 발생하였을 때 업무처리의 기준이 되었다.

이는 오늘날 재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국가의 재정 부담도 완화하며, 정부가 재난 대처의 모범을 보여 사회적인 분위기를 다잡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현재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재난에 대응하는 조치들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본적인 재난 대응 맥락은 서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유명한 경영·인사 컨설턴트인 야마구치 슈는 그의 저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서문에서 일정 연령의 아이들을 같은 장소에 모아 단위 시간을 구분해 똑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현대의 교육 시스템은 오랜 역사 속에서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채택된 제도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학생 연령도 제각각이고 배우는 교과서도 각자 다른 서당식 교육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교육 변화의 방향과 유사하며, 서당식 교육이 근대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는 매우 새롭게 보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더 오래된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만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도, 과거로 올라가면 그와 유사한 사실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이미 역사적으로 참고할 방법들이 존재함에도 새로움만 쫓아 그것이 마치 인류를 구원할 방법인 냥 호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교육 시스템 또한 긴 역사적 흐름에서 볼 때 아주 특이한 일이고 이전 시기의 교육이 미래 교육의 모습과 유사한 것이라고 한다면, 근대 이전의 교육의 역사를 통해 미래에 대한 영감을 얻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아닐까?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연간계획을 세우기 전 지난 몇 년 간의 상황을 돌아보듯이, 백 년의 계획을 세운다면 적어도 몇 백 년 동안의 변화를 관찰하고, 거기서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그 정도의 노력도 들이지 않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설계한다면, 그 결말이 긍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항상 말로만 역사가 중요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이상무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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