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희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유덕희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엊그제 염소 뿔이 녹는다는 대서(大暑)를 지나 며칠만 있으면 입추(立秋)를 바라보니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참말이군요. 선생님은 요즘 여름방학 중이라 연수에 여념이 없으시지요?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많은 풍경 중에 학교 교육만큼 변화무쌍한 것도 없는데, 새로운 학습 환경에 적응하고 더 나은 것을 배워서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동분서주하실 선생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 이렇게 편지를 드리는 것은 제가 교편을 잡은 지 40여 년 성상(星霜)이 지나서 이제 고별을 준비해야 할 때가 돼서, 앞으로 더 교단을 지키실 우리 선생님에게 당부드릴 말씀 세 가지를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첫째, 지금처럼 우리 제자들을 더 사랑하고 칭찬해 주십시오.

사랑과 칭찬이 가진 능력은 제가 굳이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실 겁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 조나단`을 보면 그런 말이 있지요. 조나단이 하늘 나는 연습을 하다가 힘들어서 주저할 때 어른 갈매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 우박 한번 안 맞고, 소나기 한번 만나지 않은 적 있더냐. 조나단, 넌 할 수 있다."

입적하신 법정 스님도 그러셨잖아요. `저 바다의 둥근 조약돌을 만든 것은 석수장이의 거친 정이 아닌 바다의 잔잔한 파도의 어루만짐이었음`을.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우리 아이들을 지금같이 사랑해 주시고 긍정의 힘으로 봐주세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자랄 겁니다.

둘째, 인연을 늘 아름답게 기억하시고, 지금 옆 사람을 꽃으로 생각하세요.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일 줄 알지 못하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며,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라고 하셨어요. 저도 인연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가 되니까 이제는 퇴직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네요. 그래서 철이 들 때쯤 되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인연의 소중함을 알 때면 헤어질 때가 가까워졌다고 말하는가 봅니다. 내 옆의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무슨 득도한 분 말씀 같기는 하지만 나를 내려놓은 채 상대방 말을 한 번 더 듣고, 내 입을 조금 닫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더군요. 이런 것이 요즘 말하는 소통 아니겠어요? 제가 교육장이 되었을 때 처음에는 자리에 앉아서 직원들에게 근엄하게 대했더니 어려워하더군요. 이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디어를 냈어요. 저와 국장님들이 피에로 복장을 하고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장미꽃을 드렸어요.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던 직원들이 조금 지나니까 웃으면서 먼저 다가오더군요. `내가 조금 망가졌더니(?) 직원들이 저렇게 좋아하는구나. 나를 조금 더 내려놓자` 다음에 교육장실을 들어오는 직원들 표정이 달라졌음을 느꼈어요. 아, 소통은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 작은 것부터 바꾸자.

후배 선생님께 두서없이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 이별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네요. 선생님은 언제든 빛나는 자리에 가려 하지 않고, 어디를 가든 자리를 빛나게 하려고 노력하셨던 분인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교단에 처음 섰을 때의 그 첫 마음을 계속 가지시길 바랄게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랑이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8월 말 정년 후에 사랑받는 제2의 인생을 살도록 노력할게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유덕희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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