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법원 하계·동계 2주간 재판중단 시행
밀린 업무 값진 시간 긍정론 불구 민원 상당
법원 과다 업무 경감 등 제도 개선책 필요

정재필 취재 2부장
정재필 취재 2부장
전국 각급 법원이 올해도 여름을 맞아 2-3주간 휴정기(休廷期)를 보내고 있다. 대전은 물론 전국 법원에서는 한 해 재판을 멈추는 2번의 휴정기가 있다. 여름 휴가철인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와 연말연시인 12월 말에서 1월 초 사이에 각각 대체로 2주씩이 주어진다.

법원은 이 기간에 신속을 요하거나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사, 가사, 행정재판, 불구속 형사공판 등을 열지 않는다. 다만 휴정기라고 해도 재판부의 필요에 따라서나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서 언제나 심리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민사 가압류 가처분 심문이나 행정사건에서의 집행정지 사건 중 신속 처리가 요구되는 사건 등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서 재판이 열릴 수 있다. 형사 사건의 경우에도 구속 관련 공판이나 영장실질심사, 체포적부심 등 신속 처리가 필요한 경우 재판부의 판단으로 재판을 열 수 있다.

일부 법원은 이번 휴정기에도 몇몇 재판을 열었지만, 대다수 법원은 사실상 재판을 잠시 멈춰 세웠다.

법원의 여름·겨울 휴정제는 2006년부터 도입됐다. 재판부마다 쉬는 기간이 각각 다르게 되면서 구성원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하계·동계 휴정기가 도입됐다.

법원은 통상 매년 하계·동계 휴정 기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의 시기와 비슷하게 휴정기를 정해 같은 기간 동시에 휴정하고 있다.

그런데, 2주간의 휴정기가 판사를 비롯한 법원 전체 구성원들에게 `여름 휴가`나 `겨울 휴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인사들은 이 기간에 휴가를 가기도 하지만 오히려 밀린 업무를 하는 시간을 삼기도 하는 구성원들이 상당하다는 게 전·현직 법원 인사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휴식기`나 `휴가기`라고 하지 않고, `휴정기`라고 한다는 것이다.

지역 법조계 인사 중 법원의 휴정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휴정기를 한 주 더 늘리거나 1개월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하계·동계 휴정기에 대한 반감이나 부정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직 출신에 따라 찬반 입장이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사석에서 친분이 있는 변호사들과 자리를 하다 보면 하계·동계 휴정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변호사 입장에서 재판부는 하늘에 버금가는 존재이다 보니 곱지 않은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이지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때라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유인즉, 안 그래도 평소에 재판 순연이나 지연 등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하계와 동계 휴정기까지 겹치면서 재판 지연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변호사 사무실이나 로펌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송 이해당사자들이나 민원이 상당하다고 한다.

아울러, 국민 정서상 별로 공감받을 수 없는 특권 아닌 특권이라는 반감도 없지 않다. 법원의 업무특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어느 정부나 어떤 지자체나, 어떤 공공기관에서 휴정제를 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몇 년 전 휴정제를 둘러싸고 소송이 제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법원이 관행적으로 재판을 쉬는 휴정기에 재판 일정이 잡히자 이에 항의해 무단으로 법정을 비운 검사에게 징계가 내려졌다. 법무부가 해당 검사에 대해 품위손상과 성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감봉 2개월 징계를 내리자 해당검사는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끝에 대법원에서 징계를 받은 검사가 최종 승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배당된 사건이 많다 보니 평상 시 휴가도 제대로 못쓰는 각급 법원의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불편이나 민원이 있다면 이 또한 해결해야 하는 것도 법원의 국민에 대한 마땅한 도리다. 법원의 과다한 업무도 줄이면서 여름과 겨울 재판이 모두 멈춰 서는 휴정제 상황도 벗어날 수 있는 개선책을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정재필 취재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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