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감 키우는 오락가락 정책
규제와 세금 카드만으로는 불가
수요와 공급, 시장논리 따라야

장중식 취재1부장
장중식 취재1부장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조를 달리해왔던 부동산 정책이 곪아 터지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던 정권이 있었고, 집을 팔라고 압박했던 정권도 있다. 그들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더는 국민들이 집 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현 정부 들어 25차례에 걸친 부동산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택가격은 폭등했다. 갈수록 어려워진 현실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추격매수에 나서면서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이 같은 흐름을 읽었던 것일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최근 또 하나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당초 폐지를 예고했던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각종 혜택 축소를 추진해왔지만 제도 폐지에 따른 반발과 우려가 잇따르자 결국 방침을 철회했다. 다주택 소유자들로부터 매각을 유도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정책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세제혜택 축소라는 압박에도 임대업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해온 정부가 갑자기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자신들을 몰아세웠다는 반감이 거셌다. 이들의 셈법은 정부보다 빨랐다. 등록 말소 후 6개월 안에 집을 팔지 않으면 양도세를 중과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증여`와 `버티기`라는 카드를 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비단 임대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양도세 중과를 예고한 정부 정책에 `버티면 이긴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심지어는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마저 부풀어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도모한다며 내놓은 `임대차 3법` 또한 부작용만 속출했다. 집 주인이 들어가 살겠다며 세입자를 내몬 결과를 초래한 것은 물론, `똘똘한 한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은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됐고, 전월세 물량 부족마저 겹쳐 수습불가 사태를 맞았다. 부동산 바람은 열풍을 넘어 광풍수준으로 번졌고, 수도권 외 지방까지 잇따라 가격이 폭등하는 풍선효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신뢰부재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내놓은 정책이지만 시장의 흐름을 간과했기에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당정이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놨다가 번복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앞서 재건축 추진 단지에 2년 실거주해야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정책을 추진하다가 전셋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논란이 일자 전면 철회한 바 있다. 임대차3법 상 임대료 인상 제한 대상도 신규 계약으로 확대 적용을 검토하다가 번복했고, 공공 정비사업 우선공급권 기준도 당초 대책 발표일(2월 4일) 이전 조합원에서 법 개정일(6월 29일)로 변경했다.

가장 큰 문제는 냉·온탕을 오가며 우후죽순격으로 내놓은 정부정책을 국민들이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가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밀어부친 정책들이 사전에 제대로 된 검토됐는 지도 의문이다. 특히 선거를 의식해 쏟아내는 대권주자들의 부동산정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렇게 좋은 정책을 왜 지금껏 하지 못했냐고.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 가격은 시장논리에 있다. 개인이 집을 사고 파는 일에 대해 국가가 관여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 그것이 기본이다. 혹여 지나친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면, 그 원인을 찾아 균형추를 맞추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규제와 세금으로만 점철된 정책은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 혹여 궁여지책으로 쓴 세금 카드라면 양도세와 보유세 중 어느 것이 현 시장에 약발이 먹히는 것일지 재고해야 한다. 아울러 지속된 인구 감소추세와는 달리 늘어만 가는 1인 세대, 그리고 분양과 임대시장의 공존 또한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 정부가 놓친 부동산 정책의 키워드다.

장중식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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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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