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입추도 말복도 지났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24절기가 무색하다고 하지만 입추가 되면 가을이 오고 처서가 지나면 더위는 한풀 꺾인다. 낮과 밤의 기온이 조금 변화가 온 듯하다. 새벽녘이면 발로 걷어 찾던 이불을 더듬거려 차가운 배를 가리게 된다. 며칠 전만 해도 밤 기온이 25℃를 웃도는 열대야 때문에 끈적한 몸을 선풍기 바람에 의지했었다.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자면 생명이 위험하다느니, 피부가 건조해져서 각종 피부질환에 노출된다느니, 갖가지 속설 때문에 선풍기 바람이 꺼려지긴 하지만 당장 더워 죽겠는데 어쩌겠나. 처서까지 보름 남짓 남았으니 조금만 더 위험을 감수할밖에.

끝 무렵 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잘 견디려면 잘 먹어야 한다. 복날이면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는다. 삼계탕, 해신탕, 오리탕, 민물장어, 바다 갯장어 등등. 시절이 뒤숭숭하니 음식점을 찾기도 망설여져 몸보신이 어려워졌다. 복날이면 사람들로 넘쳤던 영계백숙 전문점에서 한 사발을 간단하게 먹고 더위를 났었다. 45호 크기의 영계가 담긴 똑같은 모양의 뚝배기 한 사발, 지인들과 우르르 몰려가 땀 흘리며 왁자지껄 먹던 그때가 너무 그립다.

신기하게 초·중·말복이 되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보신용 음식이 갑자기 먹고 싶어진다. 지난 휴일에 그냥 인삼과 전복을 넣은 삼계탕이 갑자기 당겼다. 마침 아내가 더위에 지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일요일에 출근하는 아내의 늦은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2시간을 불린 율무와 찹쌀, 전복과 수삼, 갖가지 약재가 담긴 팩을 넣고 삼계탕을 끓였다.

365일 다이어터인 아내는 닭요리만큼은 다리만 먹는다. 언제부터인가 닭 다리는 아들과 아내 몫이 되었다. 퍽퍽살, 닭가슴살을 우리 집 강아지 초코와 나눠 먹는 신세가 돼버렸다. TV 리모컨을 쥐고 소파에 드러누우며, 아내는 과일을 먹어야겠단다. 오정동 농수산시장에서 사 온 과일, 딱딱한 복숭아를 깎아 먹기 좋게 포크와 담아내고 포도를 정성스레 씻어 물기를 없앴다. 커다란 수박은 칼날이 닿자마자 쩍 갈라져 버렸다. 전투하듯 먹어 치우고 나면 설거지가 걱정이다. 웬 그릇들이 그리 많은지.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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