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대전문화재단은 해마다 대전원로예술인구술채록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14년에 시작한 이 사업은 대전에서 30년 이상 활동한 70세 이상의 문화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약 30명의 원로들을 선정해 생애사를 채록해 왔다.

올해도 5명의 원로예술인들이 선정됐다 이 채록사업은 훗날 대전예술사연구의 기초사료로 활용되며 대전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요즘 대전문화예술계에 한밭문화제 부활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밭문화제는 지난 1983년부터 2006년까지 대전의 대규모 문화축제로 진행됐었다. 하지만 당시 특색 없는 컨텐츠 부족과 일부 불협화음 등으로 중단된 것으로 안다.

한밭문화제 부활에 있어서 일부 축제전문가는 앞으로의 예술축제는 단순한 백화점식 축제보다는 향유자 중심, 기능분산형 등 지역특색을 반영한 시민과 함께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예술단체 중심이 아닌 향유자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현재 운영방식과 예산책정 등 방향설정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형국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보다 좋은 축제를 만들기 위해선 일부 예술단체만의 중심이 아닌 문화예술단체와 축제전문가, 지역의 젊은 문화예술기획가들도 참여해 지역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민선7기 대전시장의 공약으로 내건 시립오페라단 창단도 불이 붙었다. 지난 5월에 정책토론회를 가지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오페라는 성악, 연극,무용,의상,무대장식,음향기술 등 모든 문화예술 분야가 접목된 종합예술이다. 대전은 그간 문화의 불모지, 노잼도시라는 오명을 받은 적도 있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문화예술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를 담을 소통기구와 장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밭문화제 재건과 오페라단 창단등과 관련해 대전의 문화예술계 생태계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그중에 대전의 소중한 무형자산인 원로분들이 공경받는 문화가 되었으면 한다. 보통 원로들은 의견이 분분하고 협치가 안될 때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그들만이 갖고 있는 지혜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현대지식은 구글앱만 검색하면 해결되지만, 지혜는 이치를 빨리 깨우치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기 때문이다. 원로와 젊은 문화예술구성원간 서로 존경받고 존경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한밭에 물들여졌으면 한다.

구술채록사업에만 그치지말고 원로들의 지혜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또 없지 않은지 한번 더 주위를 살펴 봤으면 한다. 원로분들 자체가 역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전의 현안들이 지혜로움속에서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비자 설림상에 나오는 `노마식도(老馬識途)`라는 사자성어를 소개해 본다. 직역하면 `늙은 말이 길을 안다`라는 뜻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일을 잘 처리한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환공이 1년 가까운 전쟁 끝에 소수민족인 산융(山戎)을 토벌하고 개선하고 있었다. 그런데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 버려 군대가 나아갈 수 없었다. 이때 제나라의 정승인 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해 봅시다"라며 늙은 말을 풀어 놓고 그 말을 따라갔다. 그리하여 길을 찾았다. 말은 얼굴이 길고 콧속이 넓어 냄새를 맡는 후각세포가 다른 동물보다 발달되었고, 뛰어난 후각과 청각 때문에 맛, 소리, 지형 등에 대한 기억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사람보다 길을 잘 안다. 관중은 말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내년에 열리는 세계정부지방정부연합총회에서 대전을 보여줄 수 있는 대전의 축제와 오페라가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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