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충청남도서산교육지원청 장학사
김종우 충청남도서산교육지원청 장학사
지난 일 년, UN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89% 학생의 학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아동 3억 7000만 명이 지난 1년 내내 아예 등교를 못했거나, 거의 등교하지 못했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유네스코(UNESCO)는 2300만 학생이 앞으로 영구적 학업중단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우리 앞에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과 우려로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심리정서적 문제, 교육 양극화 심화, 학력격차와 불평등이 교육계를 넘어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다시 학교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교육은 이미 급변하는 미래 사회, 학령인구의 감소로 패러다임 대전환의 요구에 직면해 있었다. 50년 후엔 지구의 절반을 없애버리는 마블 만화의 타노스 없이도 대한민국 인구가 반토막 날 것이라는 인구절벽의 문제 앞에, 4차 산업혁명의 격돌이 가져올 엄청난 지각변동을 견디며 경제성장에 대한 교육의 기여도를 다시 높이는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하락을 가져올 심각한 고령화 사회를 떠받들어 지탱해줄 어벤저스급 능력을 그들의 손과 머리에 장착시켜 주고, 평생에 걸쳐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미래역량`을 길러줘야 하는 절박한 이유일 터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미래교육으로 새로운 도약과 정책을 안착시키기도 전에 전세계 바이러스의 위협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학교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학교 현장은 혼란스럽고 힘겨웠지만 방역과 교육, 돌봄까지 겸하며 전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의 공백을 최소화하려 애써왔다.

그럼에도 학교는 교육활동의 위축과 제한 속에 활기를 잃었고, 함께 만들어가던 수업도 개별화됐으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편승한 분위기 속에 공동체의 해체마저 가속화됐다. 이러한 현실 속에 문제해결의 돌파구인 학교는 과연 이 산재된 문제들을 해결할 힘이 남아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가장 중요한 열쇠로 교육의 힘을 이야기해 왔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은 교육밖에 없다는 데에는 의견을 달리하는 이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간 교육계를 향한 깊은 사회적 불신과 국가수준 교육과정, 선발중심 입시체제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책무성이라는 최소한의 울타리 속에 자기방어적 태세를 갖춘 채, 교사로서 자기효능감의 바닥을 드러내는 현실적 굴레를 만들어왔다. 이런 현실 앞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대란이 시작되며 또 다시 학교의 역할과 책무성을 부각시켰지만 원격수업 전환과 방역에 돌봄까지 당연시 맡겨진 역할의 무게로 버거웠으리라.

근본적으로 교육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는다면 그 시작은 교사들이 신명나게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데에서 시작돼야 한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배움을 통해 미래 역량을 키워내는 전문가로서의 일, 그 중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볼 줄 아는 교사의 시선은 학교와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진 상흔들을 그 누구보다 먼저 눈치채고, 가슴 아파할 것이다. 이젠 다시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도록 학교를 도와야 한다. 학교 구성원의 지혜뿐 아니라, 교육계를 비롯한 교육전문가 모두의 지혜도 보태야 한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 나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교육의 중차대함을 생각한다면, 간과해서도 미뤄서도 안 될 일이다. 그 혜택은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의 우리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종우 충청남도서산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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