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잔액 74조 2년새 10조 급증…치솟는 물가에 금리인상 압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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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세종, 충남 지역 가계에 부채 경고음이 켜졌다. 물가와 집값이 급등한 데 따라 가계부채는 늘어났고 소득은 제자리걸음으로 빚을 탕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시중은행 대다수가 대출금리 인상에 동참하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임박해지며 서민 가계를 더욱 옥죄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도 지속될 경우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 3081억 원이다. 6월 말보다 6조 2009억 원 증가한 규모다. 더욱이 지난달부터 차주(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됐음에도 가계대출 수요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충청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도 가파르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지역의 올 5월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74조 1674억 원이다. 2019년(65조 671억 원), 지난해(68조 6035억 원)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14%, 8% 늘었다. 1금융권보다 비교적 이자부담이 큰 2금융권(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 비중도 40%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늘지 않는 소득과 치솟는 물가에 급속히 취약해지는 대출상환능력도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은 438만 40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 증가한 수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을 따져봤을 때는 되레 0.7% 감소한 상황이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월(106.5), 2월(107), 3월(107.2) 등 같은 분기 동안 꾸준히 올라갔다. 체감물가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생활물가지수도 같은 기간 동안 106.6(1월)에서 108(3월)까지 상승했다.

직장인 최모(43·대전시 서구)씨는 "전세계약 만료일이 임박해 인근 지역에 이사할 집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 가격이 큰 폭 올라 2억 원 가까이 추가적인 전세자금대출이 필요한 상태"라며 "월급 등 가계의 소득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대출이자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추가 대출로 인해 대출원금도 늘어날텐데 상환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여기에 시중 대출금리는 연일 오르고 이달 기준금리 인상도 유력시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전체 평균 대출금리는 연 2.77%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상태다. 금융업계는 이달 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빚으로 간신히 버티던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올 3월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31조 8000억 원으로, 차주 수만 245만 6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8% 증가했다. 2012년 자영업자 대출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빠른 증가속도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차주(698조 3억 원)는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84%를 차지한다.

지역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영끌·빚투에 뛰어든 2030세대와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면서 부실대출에 따른 리스크가 우려된다. 이는 곧 대출자들을 담보해준 금융사들의 건전성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더욱이 최근 가계 대출 중 72.7%가 변동금리 대출로 집계되는 만큼 폭증한 가계대출이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 조치를 연장하거나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을 통해 원리금과 이자 부담을 낮추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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