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대덕대교를 건너 출·퇴근하는 길에 고층 건물의 쇼핑몰이 들어서고 있는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주변의 새로운 경관을 마주하게 된다. 갑천변의 스카이라인이 달라졌다. 이렇듯 경관은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며 삶이다. 우리가 매일 함께하는 경관은 결국 자연과 인위의 종합적인 산물이라 할 수 있으며 보이는 것 못지않게 우리의 삶과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풍경 좋은 찻집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왕이면 경치 좋은 창가의 자리를 선호하게 된다. 이처럼 경관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원천이자 자산인 것이다.

경관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지켜가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자연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인위적 공간 구조물에도 예술적 아름다움을 더하여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어쩌면 경관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산과 들, 강 그리고 아파트 같은 건축물 그 모든 것은 경관이다. 매일매일 호흡하는 공기처럼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고 우리의 생각과 감정, 일상을 지배하고 영향을 미친다. 경관이 아름답고 정서적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예컨대 초등학교 건물의 경우 6년이란 긴 시간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일상과 감성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앞세워 획일적이고 볼품없는 건물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결국 경관은 창조의 산물이고 우리 삶의 역사이자 한 국가나 사회의 자산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경관을 창조하고 지켜가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자연경관을 잘 지켜가는 노력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생태적·경관적 가치가 우수한 자연 생태계는 보호지역 지정 등 보전 노력을 강화하고 개발과정에서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훼손하였다면 그에 상응하는 복원을 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자연침해조정제도를 통해 개발과정에서 훼손된 자연 생태계는 그에 상응하는 복원이나 대체지 조성을 통해 자연 자산의 총량을 유지토록 하여 생태계 보전과 자연경관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개발사업 과정에서 자연공원이나 생태경관보전지역 같은 보호지역 주변에서 개발사업이 이루어지질 경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자연경관 심의를 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조망점에서 경관시뮬레이션을 실시하여 경관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참여와 계획에 기반한 아름다운 규제이다.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그리스 산토리니는 누구나 가보고 싶은 여행지의 하나이다. 화산섬에 불과했던 산토리니를 흰색 건물과 파란색 지붕의 아름다운 경관의 관광지로 만든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밑바탕이 되었다. 주민 모두가 자신의 건물을 흰색으로 칠하는 지역의 합의와 자발적 참여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산토리니의 관광자원이 되었고 지역 주민의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하게 되어 지역의 경제적 이익과도 연결되는 성과를 내게 된 것이다. 일종의 아름다운 규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도시계획이나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관계획을 수립하여 경관자원을 지키고 또 아름다운 경관을 창조해가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경관이 곧 자산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유럽의 일부 도시는 지역단위의 경관계획을 수립하여 개별 건물의 지붕 색상까지도 지정하여 도시 전체의 아름다운 경관을 창조하고 있다. 결국 그것이 지역의 관광수입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의 사례도 이러한 출발점이 되었다 할 수 있다. 전남 신안의 박지도와 반월도 그리고 안좌도의 두리섬을 잇는 퍼플교는 온통 보라색이다. 주변 마을의 지붕과 담벼락, 우체통, 자동차마저도 보라색이다. 새로운 보랏빛 세상으로 만들어 낸 경관은 여행객들의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 지역 경제에 기여를 하고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유적이나 유럽 도시들의 건축물들은 인류 역사의 기록이자 경관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 되어 후손들까지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관이 지역의 브랜드가 되고 지역의 자산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것이 곧 돈이 되고 일상에서 이러한 경관은 우리에게 매일매일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오케스트라가 되어 우리 곁에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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