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국가대표 공정선발 세계 주목
경제성 '충남민항' 예산 미 반영 불공정
정치권 입김 없는 공정한 출발선 희망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2020 도쿄 올림픽`.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1년이 연기되거나 일부 국가의 불참, 무관중 경기 등 지구촌 축제는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무수히 흘린 땀은 각본 없는 드라마로 코로나19로 시름하는 지구촌을 하나로 묶고 있다. 그만큼 메달의 색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막바지로 접어든 올림픽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도 든다. 스포츠만큼 공정한 것이 있을까? 선수들의 땀방울 뒤에 숨은 공정 말이다. 경기 규칙에 따라 승패를 가르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는 그래서 공정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첫 금메달을 안긴 양궁 혼합단체전에 출전한 김제덕과 안산이 주목을 받았다. 금메달을 딴 것도 중요하지만 대표팀 막내들이 출전한 것 자체가 화제가 됐다. 이들이 선배들을 밀어내고 혼합단체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하다. 활을 제일 잘 쐈기 때문이다. 한국대표팀은 올림픽 예선라운드 남녀 각각 1위를 차지한 김제덕과 안산에게 혼합단체전 출전권을 줬다. 실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공정이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 양궁의 대표선발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 보다 대표팀에 선발되는 게 더 어렵다고 했을까. 선발 기준은 단 하나다. 활을 가장 잘 쏘는 선수를 대표로 뽑는 것. 그래서 매번 올림픽 대표가 바뀐다. 지극히 공정하기에 시비가 없다. 오로지 실력만 평가하기에 여타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없다.

갑자기 해묵은 공정을 꺼낸 이유는 답답한 충남과 교차해서다. 지난달 중순 충남도와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정책협의회`를 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 박완주 정책위의장, 강훈식 도당위원장, 김영호 비서실장, 이용빈 대변인, 민병덕 조직사무부총장 등이 충남을 찾아 충남도로부터 주요 현안 문제를 들었다. 충남도가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내민 최대 숙원사업은 `충남민항`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충남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후보들은 나름 충남의 현안문제를 거론하면서 해결을 약속하고 있다. 충남도가 이들 후보들에게 요청하는 사안도 단연 으뜸은 `충남민항`이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도 컷오프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들이 정해지면 충남에 와 아마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처럼 충남도로부터 똑같은 얘기를 듣고, 똑같이 약속을 할 것으로 보인다. 때가 때인지라 충남으로 보면 한창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실로 다가올 지는 미지수다. 우리는 이미 많이 겪어봤던 스토리다.

근데, 공정적인 측면으로 볼 때 `충남민항`은 불공정하다. 경제성으로 보면 더 그렇다. 충남민항은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을 활용할 수 있기에 예산이 덜 먹힌다. 여객터미널과 계류장, 유도로, 진입도로, 주차장 등 공항 구색을 갖추는데 필요한 예산은 500억 원을 바듯 넘기는 수준이다. 이미 국토부가 지난 2017년 `서산군비행장 민항시설 설치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했는데 BC가 `1.32`로 `1`을 상회했다.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새만금공항 7796억 원, 울릉도공항 6651억 원에 비해 10분의 1 정도의 예산이면 가능하다. 이 예산을 받고자 충남도와 서산시가 수년 간 중앙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뤄진 것은 없다. 비교 자체가 불가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정치적 목적의 유불리에 따라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가덕도 신공항`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를 받으면서 추진되는 것을 보면 공정과 불공정의 경계가 모호하다.

충남이 전국 도 단위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공항이 없기 때문에 공항을 건설해 달라고 떼를 쓰는 게 아니다.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는 국책사업의 공정성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공정한 출발선을 충남도민들은 바라고 있다. 충남은 언제까지 대표선수가 없다는 푸념을 해야 하는가.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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