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하늘 높이 우뚝 서 있는 초고층 건물은 문명의 발전을 상징하는 동시에 도시의 성장을 주도한다. 영어권에서는 `하늘을 긁는다`는 의미로 스카이스크레이퍼(skyscraper)라 부르는가 하면, `하늘에 닿는 집`이라는 한자식 표현으로 마천루(摩天樓)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높은 인공물을 세워 하늘에 맞닿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중세 시대 중반 이후 유럽 각지의 고딕 건축 양식에서 볼 수 있듯이 성당의 첨탑은 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욕망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당시 하늘을 찌를듯한 첨탑과 거대한 건축물들은 신비로우면서도, 숭고함 그 자체였다.

현대의 마천루는 19세기 후반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지어졌다.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철강 제련 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건축물이 철강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현실화됐다. 스카이라인으로 대표적인 뉴욕의 맨해튼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은 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앞다퉈 경쟁했다. 마천루는 철강과 유리, 알루미늄의 소재로 번뜩이는 외양을 뽐내며, 도시의 상징을 넘어 국가의 부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됐다.

국내에도 1985년 대한생명의 사옥으로 지어진 63빌딩(249.6m)이 초고층 건물을 대표한 이후, 2017년 완공된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4.5m의 높이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국내 최초 100층 이상의 건물이 됐다. 국내의 건축기술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대만의 타이페이101까지 전 세계에 우리 기술력으로 지어진 마천루는 그 국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마천루는 단지 기술의 발전과 경제력을 과시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정된 공간에, 현 시대 최고의 기술력을 집대성한 곳으로,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가장 효율적인 공간을 목표로 한다. 세종시 인근 대전의 갑천변에는 사이언스 콤플렉스가 곧 준공을 앞두고 있다. 두 개의 엑스포다리와 어우러진 건물은 낮에는 자연경관대로,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조화를 이루며 대전의 스카이라인을 바꿨다. 지역의 관광산업에 목 마르던 대전의 입장에서는 쇼핑과 호텔의 기능을 넘어, 온 가족이 과학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반면 우리 세종은 아직 몇몇 주상복합단지 외에 지역을 대표하는 마천루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세종에는 지역을 한눈에 조망하는 기능은 물론 지역의 어제를 담고, 미래를 투영하는 명소가 필요하다. 시내에는 커다란 인공호수를 품고 있고, 금강이 지나는 천혜의 지리적 장점을 잘 살린다면 도시에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제활성화에 일조하는 블루칩이 될 공산이 크다.

세종시는 내년에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백년대계 위에 행정수도로써 그려진 세종시다. 세종에 우리만의 스토리를 담은 마천루가 지어지는 일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도다. 당장에 실현 가능한 일은 아닐지라도, 지역을 위해 함께 고민해볼 필연성은 있지 않을까. 세종시의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순간을 마천루에서 조망하는 기분 좋은 상상에 한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