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법무법인 윈(WIN) 대표변호사
장동혁 법무법인 윈(WIN) 대표변호사
요즘 방송사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서 신인들이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하고 무명 가수들이 새롭게 조명받기도 한다. 참신한 형식의 경연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면 실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정말 많다는 것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며칠 전 참가자들끼리 밴드를 결성해서 대결을 펼치는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경연은 한 팀이 라이벌팀을 지목해서 두 팀이 경쟁을 펼친 다음 이긴 팀은 전원 다음 라운드로, 진 팀은 전원 탈락 후보가 되는 방식이었다. 진행자가 한 참가자에게 상대팀을 지목한 이유를 물었더니, "상대 팀원 중 한 명과 꼭 한 팀이 되고 싶었다. 같은 팀이 될 수 없다면 같은 무대에라도 서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상대 팀원은 "우리팀이 이겨서 상대팀 리더를 우리팀으로 데려오겠다"고 맞받아쳤다. 그리고 두 팀은 최고의 경연을 펼치며 심사위원들이 극찬을 받았다. 한 팀은 노래를 통해 `한 편의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다른 한 팀은 노래를 통해 `한 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같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자들에게 이미 승패는 의미 없었다. 두 팀 모두에게 감동을 받았고, 그들 모두는 방송에서 오래오래 보고 싶은 얼굴들이 됐다.

경연 참가자들은 기획사의 광고나 로비가 아니라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를 한다. 경연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시청률로 평가받는다. 시청자들의 평가와 동떨어졌던 모 경연 프로그램은 결국 승부 조작으로 망했다. 그리고 경연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평가가 직접 승부에 반영된다. 참가자들의 실력과 공정한 경쟁 방식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이다.

경연 프로그램의 묘미는 또 있다. 참가자들이 때로는 같은 팀으로 때로는 다른 팀으로 만나 경쟁을 하면서 가족처럼 끈끈해지고 함께 성장한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심사위원과 시청자 앞에서 경연을 펼치다 보면 경연을 통해 참가자들의 실력이 놀랍게 변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참가들은 함께 지내면서 같은 길을 걷는 동지들과 하나가 되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탈락한 동지들을 끌어안고 함께 아쉬워한다.

그러나 경연 프로그램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자신만의 연주를 하고 자신만의 노래를 한다는 점이다. 노래와 연주를 통해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감동의 원천이 된다.

개인적으로 정치도 경연 프로그램과 같았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열정과 실력이 있다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룰`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경쟁 과정에서 상대를 물어뜯고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어떤 변화를 이룰 것인가?`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어느 경연 프로그램에 나온 레전드 가수가 참가자에게 한 말이다. "가장 잘 부른 노래는 듣는 사람을 웃게 하는 노래입니다." 나는 여기서 `웃음`을 `감동`으로 이해한다.

정치도 국민을 웃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당선되고 나서 `변화`라는 결과를 통해서 국민을 웃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와 더불어 선거 과정에서도 국민을 웃게 만들어야 한다. 경연에서 지더라도 경연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면 시청자는 그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가 `진정한 가수`다.

선거에 한 번 당선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승패를 떠나 선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과정까지도 아름다운 지도자,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지도자`다. 장동혁 법무법인 윈(WIN)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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