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합당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 오가는 언사가 거칠어지는 듯하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SNS를 통해 오는 9일을 합당 협상 시한으로 설정하는 등 최후통첩성 입장을 표명한 게 국민의당 사람들 감정선을 자극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가 "이 대표가 장난하는 것처럼 대하는 태도에 국민의당이 맞장구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발끈했고 같은 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국민의힘이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냐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고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국민의당의 이런 격앙된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양당 합당은 겉돌다 말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몸집이 크든 작든 정당 대 정당의 합당은 고도의 정치력과 포용의 미덕이 뒷받침돼야 본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그런 합당의 핵심 요소들이 작용하지 않으면 일정한 결과물을 얻기가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이 상대를 너무 몰아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되면 일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 당 대 당 통합, 합당 등 어떻게 포장해도 양당이 합치는 일은 상대적으로 힘의 열위에 있는 국민의당이 사실상 큰 정당에 `포섭`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니 합당 협상에서 국민의당이 더 예민하게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여러 주문사항 표출이 방증한다. 그리고 비록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3석 미니정당이지만 공당으로서 당원들 의사나 안철수 대표에 대한 지지층 여론 추이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 싸움도 벌이면서 정치적 유·불리도 저울질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합당 명분 및 실익을 동시에 모색해야 하는 게 국민의당 처지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국민의당 내부 현실을 모를 리 없는 만큼 가급적 상대에게 여유 공간을 제공하는 데 인색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당이 아주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거나 정직한 플레이를 외면한다면 그때는 도리 없는 노릇이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배를 타는 게 이익이라면 서로의 감정 골이 패이지 않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과도한 피해의식은 금물임을 지적한다.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국민의당이 독자노선의 길을 걸을 때 실익이 상당한지가 불투명하다면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합당 신경전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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