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4차산업혁명 기술로 대표되는 최근 기술들의 발전 흐름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기술발전의 핵심을 생산 활동의 주체를 소수 전문가에서 일반 대중으로의 전환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기존 기술 하에서는 소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기술개발과 특허 출원, 상용화, 상품화가 전형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발전 하에서는 일반 대중에 의한 기술개발과 상용화, 상품화가 하나의 독특한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콘텐츠나 기술의 일방적 소비자였던 이들이 스스로 생산자가 되고 있고 아직까지는 극소수이나 몇몇은 기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생산자로 성장하기도 했다. 과거 기술의 흐름은 소비자는 복잡한 기술의 과정을 몰라도 사용하기 편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현재 기술의 흐름은 소비자가 기술의 구현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기술의 구현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구현의 도구 역시 쉽고 명쾌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최근 프로그래밍 코드들이 과거 C계열 언어들과 달리 비주얼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사용자들은 알고리즘이나 구현의 방식, 논리적 체계 등만 이해하면 자신만의 콘텐츠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원하는 프로그램, 제품, 게임 등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크래치(Scratch), 아두이노(Arduino) 등의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사용자의 기술적 문턱을 낮추고 다수의 사용자들을 생산자로의 변신을 돕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건축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건축 시장은 소수 전문가 중심으로 설계·시공되고 있다. 건축 용어는 일본어 또는 영어 일색에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듣기 어렵다. 건축주 의견을 반영하고 그들을 건축설계 과정에 참여시킨다고 하지만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는 대부분의 과정은 건축주에게 블랙박스인 경우가 대다수다.
2000년대 스케치업(SketchUp)이라는 놀랍도록 쉬운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몇몇 유튜버나 블로거에 의해 다양한 건축의 과정, 비용 등이 일부 공개되고 있지만 우리의 건축 작업은 일반 대중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한때 참여디자인이 인기를 끈 적 있지만 제자리 걸음이다. 서구에서는 일반인이 자신의 집을 직접 짓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과 달리 우리에게 건축 행위는 소수 건축주의 영역이다. 당연히 그 과정을 담당하는 건축사를 비롯한 건축 전문가에 의한 불가침 영역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공개되는 건축비, 시공과정, 설계과정 등은 건축 과정에 대한 신비감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불신감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귀결될까 우려스럽다. 건축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시장이 축소되거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을 때 쉬운 돌파 방법은 그 독점체계를 강화하고 벽을 더 높이 세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해법은 시장을 더욱 축소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건축 시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기존 시장을 둘러싸고 소모적 노력을 하기보다는 게임의 판을, 그 방법을 바꾸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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