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백신 신속 배송 위해 한시적으로 조치
보건소 "현장 고려해야", 의협 "백신 훼손 가능성 높아"

정부 방침에 따라 위탁의료기관인 보건소에서 직접 코로나19 백신을 수령하게 되자 의료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 나오고 있다. 보건소는 사람이 더 몰리게 돼 방역에 무리가 따르고, 병·의원 등 의료계는 배송 중 온도 유지가 되지 않을 경우 백신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일 지역 방역당국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신속한 배송 등 필요한 경우에 한 해 10바이알(병) 이하는 의료기관이 보건소에서 직접 수령하도록 안내했다. 백신은 정부가 유통업체를 통해 위탁의료기관으로 직접 배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모더나 백신 수급 지연으로 50대 접종 백신이 화이자로 변경되면서 신속 배송을 위해 한시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보건소 측은 "현장을 너무 모르는 지침"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백신 접종 업무로 마비가 된 보건소에서 의료기관의 백신 수령 업무까지 더해져 고충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역구 내 의료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보건소 방역이 어려워지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역 보건소 한 관계자는 "이미 보건소는 백신 접종 업무 외에 다른 업무는 포기했을 정도로 지친 상태"라며 "위탁의료기관에서 백신을 가져갈 때 사고 방지를 위해 우리도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그것 또한 업무로 다가와 버거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배송을 위해) 각 의료기관에서 보건소로 사람이 몰리는 것도 사실 위험하다. 방역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백신 배송의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콜드체인(저온 냉장상태)을 유지한 채 엄격한 관리 아래 운송돼야 할 백신을 개별 의료기관이 아이스박스를 통해 옮길 경우 온도 이탈이 발생해 백신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의료기관에서 사용불가 백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환자에게 투여했을 시 접종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해당 지침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자 의사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비판했다. 대전시의사회 한 관계자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백신은 백신이다. 의료기관에서 온도 유지를 위해 노력해도 정부의 콜드체인 유통방식을 따라갈 순 없다. 무더위에 아이스박스가 튼튼하면 얼마나 튼튼하겠는가"라며 "온도 이탈로 훼손된 백신을 투여했을 시 발생할 위험 부담을 의료기관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지난 2일 해당 지침에 대해 "백신 공급 일정 등의 사유로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라면서 "앞으로는 위탁의료기관까지 콜드체인을 유지해 배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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