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의료계vs환자단체 찬·반 의견 팽팽
인권 보호냐 인권 침해냐 이견 지속
여론, 찬성론 우세…국회 심사 촉각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추진에 대해 인권 보호냐, 인권 침해냐를 놓고 이견이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도 수개월째 심사가 보류되고 있다. 이 가운데 CCTV 설치 장소를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중재안이 제안돼 최종 심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추진에 대해 인권 보호냐, 인권 침해냐를 놓고 이견이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도 수개월째 심사가 보류되고 있다. 이 가운데 CCTV 설치 장소를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중재안이 제안돼 최종 심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추진에 대한 찬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로 이해 당사자인 환자단체와 대한의사협회 등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환자·시민단체 등에서는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응하고 대리수술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규명을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에서는 심리적 부담 증가로 인한 의료 서비스 질적 저하, 환자 개인정보 침해 등을 들어 맞서고 있다. 이렇다 보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담긴 관련 법안은 국회에 상정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심사가 보류 중인 상황이다. 이 같은 대치와 별개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찬성론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향후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대희 법`=지난 2016년 9월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권대희(당시 25세) 씨가 뇌사상태에 빠진 뒤 같은 해 10월 끝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권 씨 어머니가 병원 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입수해 사망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료진들의 태만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내용이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뤄지면서 널리 알려졌고, 수술실 CCTV 설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명 `권대희법` 제정 목소리가 커졌다. 이와 함께 권 씨 유족이 해당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최근 권 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법상 의료사고 소송에서 환자 본인 또는 유가족이 병원에 대한 책임 소재를 입증해야 하기에 CCTV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결과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씨앗=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란의 배경은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잊힐 만 하면 나오는 수술실 내 각종 성 범죄 사건과 의료사고는 의료계 신뢰에 금이 가게 했다. 최근 인천과 광주에서 연거푸 불거진 대리수술사건으로 인해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환자단체·시민단체에서는 불법 의료 행위나 범죄행위 등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수술실 내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CCTV 설치가 다수의 선한 의사가 아닌 소수의 범죄 의사를 의료계에서 추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수술실 특성상 범죄나 사고 관련 증거 자료 수집이 어렵고,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CCTV의 효과가 우수하다는 점, CCTV 설치를 의료기관에 자율적으로 맡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들어 CCTV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지난 5월 국회 공청회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의료 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고 환자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서비스 질 저하·개인정보 유출 위험=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를 중심으로 입법 추진에 문제점을 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료계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면, 의사를 카메라 앞에 선 드라마 연기자로 만들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가 수술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의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또 위험 부담이 있지만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수술보다는 의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한 수술을 선택하도록 만들어 결국, CCTV가 모험이 따르는 수술을 기피하는 풍조를 조장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의사가 포기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술실 CCTV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영상 유출 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료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감시의 대상으로 사는 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전시의사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빈대 잡으려고 수술실에 CCTV 설치해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수술실을 드라마 세트장으로 전락시키는 법안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 `찬성` 압도적=국민 여론은 `찬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31일까지 국민 1만 39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참여자의 약 98%에 달하는 1만 3600여 명이 수술실 내 CCTV 의무 설치에 찬성했다. 의료사고 입증 책임 명확화와 대리수술 같은 불법행위 감시 등으로 환자의 권리 보장에 긍정적일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지난 6월 24일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기관에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또한, 82%가 수수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며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

이러한 여론은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 중 한명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 바람을 타고 최근 더 이슈화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18년부터 수술실 CCTV 설치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국민 80% 이상이 압도적으로 동의하는 법안이자 오랜 기간 토론의 과정을 거친 사안"이라며 "수술실 CCTV는 양심적인 대다수 의료진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극소수의 불법 의료나 성추행 등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8월 국회 심사 주목=지난 4월 국회를 시작으로 6월과 7월 연거푸 심사가 보류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법 개정안은 이달 국회에선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에선 그동안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며, 법안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중재안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신 의원은 CCTV 설치 장소를 `수술실 내부에`가 아닌 `수술실에`로 확대해 CCTV 설치 장소를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신 의원은 내부 설치에 대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세부 규정과 시행령 등을 세우는 과정에서 또 다른 진통이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장진웅·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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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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