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보수 호남진보 갈등구도 여전
균형·통합의 충청리더십 발현돼야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두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간 때 아닌 `백제` 논쟁이 한창이다. 당내에선 또 다른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때가 어느 때인데, 백제·고구려·신라 타령인지 하나도 공감하지 못하겠다"며 창피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두 주자 및 캠프는 이 같은 분위기나 당 선관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째 상대를 향한 직간접적인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마저 감돈다.

이처럼 어느 누구도 물러서지 않으려 하는 것은 그만큼 이번 이슈가 경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사실 민주당 경선에 임하는 모든 주자들은 `호남 민심`에 특히 민감하다. 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권리당원이 전국적으로 70만 명 규모인데, 이 중 30%에 달하는 21만 여명이 호남권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민주당 대선주자가 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낙연 예비후보로선 이번 논란을 통해 이재명 예비후보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반감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반면 줄곳 선두를 지켜오다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 이재명 예비후보는 `호남 필패론`을 언급한 것으로 인식될 경우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본인의 확장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제 이재명 예비후보가 언급했던 `백제`발언이 지역감정을 소환한 것인지, 이낙연 예비후보에 대한 덕담이었는 지에 대한 사실확인은 중요치 않아졌다. 이번 논란이 누구에게 호남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도록 역할할 지만이 관심사이고, 두 예비후보가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영남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정당만 바뀔 뿐이다. 지난 6월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 충청권역 합동토론회가 열린 대전 KT연수원에서 한 최고위원 후보를 만났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경선을 치르거나 전당대회에 나서려면 기본적으로 영남에서의 최소 지지세를 확보해야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전날 TK(대구·경북)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이를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전당대회는 당심이 중요한데, 인구 15만 명에 불과한 경북 안동의 국민의힘 당원 규모가 150만 시민이 모여 사는 대전 전체의 당원 규모보다 크다. 이 때문에 각 후보들은 충청을 포함한 타 지역의 정서와 상충될지라도 TK 권역 토론회에선 그 지역실정에 맞춘 연설을 준비하고 호응을 얻어내야 했다는 것이다.

호남을 `진보의 성지`라거나, 영남을 `보수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치적 텃밭이라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이다. 대선국면에 들어서면서 여야 잠룡들의 충청 구애가 쏟아지고 있다. 충청 메가시티 등 지역현안에 대한 해결을 약속하고, 심지어 개헌을 통해 세종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는 공약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각각 텃밭을 다지면서 2% 부족한 부분을 충청에서 채워나가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선거가 끝나면 텃밭에는 풍요로운 선물보따리가 풀리지만, 캐스팅 보트역할을 한 충청과의 약속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국론 분열과 갈등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망국병이 되고 말았다. 지역, 계층, 직업, 심지어 세대별로도 대립의 골이 깊어졌다. 이를 치유하고, 특정 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국토의 균형발전과 사회통합에 적합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특정 정파에 쏠리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포용력을 지닌 충청 민심과 대망론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충청에서 나고 자랐는 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냉철한 판단력과 포용력으로 균형·통합을 일궈낼 수 있는 충청 특유의 리더십을 누가 발휘할 수 있는 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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