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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2021-07-28 기사
편집 2021-07-28 07: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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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대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중촌동 현대아파트 큰 누님 집에 얹혀살 때였다. 늦은 밤에 은행동 화실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중촌동 집까지 택시를 탔다. 목동사거리에서 KBS방송국, 목원대학교 입구를 지나 집 앞의 신호등이 없는 삼거리를 막 지났을 때였다. 강한 충격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 택시 운전기사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부축을 받으며 택시에서 내렸다. 충격으로 뒷자석 시트 바로 뒤, 트렁크가 잘려 나간 택시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LPG 택시의 연료탱크에서 가스가 누출되고 있었고 터질지 모른다며 택시와 최대한 멀리 몸을 피했다. 다행히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욱 다행인 것은 내 몸 어디에도 상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못 차린 것을 빼면 멀쩡했다. 기사님도 멀쩡하고. 충돌한 상대방 차량은 파손 정도도 심하지 않았다. 괜찮은지 택시기사님이 여러 번 물었지만 어디 하나 다친 데가 없었으니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명함을 쥐여 주며 혹시라도 모르니 몸에 이상이 있으면 꼭 병원에 가라고 했다.

서로 다행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50미터를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이부자리를 깔고 누었다. 천장이 돌림판처럼 돌기 시작했다. 언제인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거울 앞에서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앉았다 일어났다도 해보고 두 팔을 벌려 체조 시늉도 해봤다.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멀쩡했다.

사고 순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고를 일으켰던 두 대의 승용차가 0.1초라도 빨랐거나 느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였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웠다. 마음 한구석이 바윗돌에 눌린 것만 같았고 혼자 어둠 속에 갇힌 듯 했다. 두 달 넘게 이런 일이 계속 됐다. 가족과 대화도 하지 않았고 갑자기 벙어리가 되버려 아르바이트하는 화실에서도 짤렸다. 스물 한살에 사춘기 소년 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나 자신도 늦은 사춘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때 명함을 쥐어준 택시기사님 말처럼 병원에 가야 했었다. 몸만 이상 없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때의 증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였다는 것을 요즘 알았다.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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