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택시의 연료탱크에서 가스가 누출되고 있었고 터질지 모른다며 택시와 최대한 멀리 몸을 피했다. 다행히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욱 다행인 것은 내 몸 어디에도 상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못 차린 것을 빼면 멀쩡했다. 기사님도 멀쩡하고. 충돌한 상대방 차량은 파손 정도도 심하지 않았다. 괜찮은지 택시기사님이 여러 번 물었지만 어디 하나 다친 데가 없었으니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명함을 쥐여 주며 혹시라도 모르니 몸에 이상이 있으면 꼭 병원에 가라고 했다.
서로 다행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50미터를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이부자리를 깔고 누었다. 천장이 돌림판처럼 돌기 시작했다. 언제인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거울 앞에서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앉았다 일어났다도 해보고 두 팔을 벌려 체조 시늉도 해봤다.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멀쩡했다.
사고 순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고를 일으켰던 두 대의 승용차가 0.1초라도 빨랐거나 느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였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웠다. 마음 한구석이 바윗돌에 눌린 것만 같았고 혼자 어둠 속에 갇힌 듯 했다. 두 달 넘게 이런 일이 계속 됐다. 가족과 대화도 하지 않았고 갑자기 벙어리가 되버려 아르바이트하는 화실에서도 짤렸다. 스물 한살에 사춘기 소년 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나 자신도 늦은 사춘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때 명함을 쥐어준 택시기사님 말처럼 병원에 가야 했었다. 몸만 이상 없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때의 증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였다는 것을 요즘 알았다.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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