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조금 더 지났다. 벌써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지만 곱씹어 보자. 양궁의 원칙과 공정함이 광주의 재건축 현장에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일부의 공정에서라도 있었다면 과연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까. 재건축의 계획에서 철거공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공정에서 한번만이라도 원칙과 공정이 작용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재해와 재난을 얘기할 때 늘 떠올리는 인물이 있다. 1930년대 미국인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다. 자동차보험으로 유명한 트래블러스 보험회사 직원인 그는 보험료 지출과 관련한 산업재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망자가 발생하는 큰 재해는 29건의 경상자가 발생하는 재해와 300건의 부상을 당할뻔한 사소한 재해가 발생하는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하인리히의 1:29:300의 법칙이다. 아마 광주의 현장에서도 하인리히의 법칙이 적용되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적어도 329번의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기회를 놓치고서 사고 후의 안타까운 사연들만 기억하며 마음 아파하고 있다.
마이클 라이언은 인간의 뇌는 아름다운 것에 끌린다 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위해 스스로의 외모도, 자동차도, 우리의 마을주변도 가꾸고 또 가꾼다. 옛 건물과 문화재가 가지는 오래됨 속의 아름다움도 좋아하고 오래됨을 대신하는 뾰족한 초고층 건물을 통해서도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 주변은 정부의 도시재생정책으로 구도심을 중심으로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보기 싫은 모습들을 들어내고 새로이 단장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나이가 들어 신체의 사용이 불편해지는 부분이 있다면 건강진단으로 아픈 곳을 치료하듯 도시재생은 마을을 다시 고쳐 나가는 것이고 이번 광주의 사고는 재건축이었다. 몸의 일부분을 그대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어 아예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재건축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되면 안 되는 것이다. 무너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강해야 하는 것이다. 강해야만 아름다움이 만들어질 수 있어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강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은, 역사와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원칙과 공정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무너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강해야 하는 것이다. 즉 아름다운 것이 강한 것이다. 아름답고 강한 것은 원칙과 공정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너무 덥다. 이 더위를 어찌하랴마는 그래도 한 줄기 바람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 작아서 아름답고 강해서 아름다운 공세리성당(충남 아산)으로 가보자. 붉은 벽돌이 첨탑과 어우러져 126살의 나이를 먹은 공세리성당으로 가보자. 복잡한 서양의 건축양식을 말하지 않아도 그곳은 원칙과 공정이 존재했기에 지금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일 테다.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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