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월드컵경기장 활성화 방안
대전월드컵경기장, 내년부터 25년간 민간에 운영 위탁
사통팔달의 근접 여건 갖췄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외면
구장 외 편의시설 확충 '발목' 시 조례 반드시 개정해야

대전하나시티즌이 내년부터 오는 2047년까지 대전시로부터 경기장 운영권 넘겨받는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제공
대전하나시티즌이 내년부터 오는 2047년까지 대전시로부터 경기장 운영권 넘겨받는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제공
2002 한일월드컵 `8강신화`를 이뤄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대전월드컵경기장.

지하1층·지상6층, 2만 2114평 규모에 총 사업비 1478억 원(시비 1096억 원·국비 382억 원)을 들여 지난 2001년 9월 준공한 대전구장은 국내 최초로 반 개폐식 지붕구조를 갖춘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4만 2176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2021년 현재 K리그2 시즌을 진행 중인 대전하나시티즌의 홈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0년 개정된 스포츠산업진흥법에 따라 대전구장은 내년부터 오는 2047년까지 대전시로부터 하나금융그룹축구단이 운영권을 받는다. 앞으로 25년간 대전경기장 활성화를 위한 그들이 구상하는 활용방안과 지상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의 현 주소=당장 내년부터 월드컵경기장 운영권을 이어받는 대전하나시티즌이 골머리를 앓는 부분은 경기날을 제외하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데 있다. 일주일에 최대 6회의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과 달리 축구장은 1년에 최대 40회 가량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제외한 임대시설들이 18개소 있지만 대전어린이회관과 육아종합지원센터, 차량등록사업소 등 경기와는 다소 동떨어진 시설 이용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이벤트가 없다. 결국, 시민들이 경기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나금융그룹축구단은 대전구장이 명실상부한 `한국축구의 성지`가 되기 위한 보다 큰 차원에서 그림을 잡고 있다. 하나시티즌이 구상하는 밑그림은 경기장과 복합문화공간을 합쳐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올해 1월 K리그 최초로 공공 스포츠클럽 운영을 구단에 선정된 하나시티즌은 국비 보조를 받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3억 원을 투자해 클라이밍 시설 등을 만들었다. 클라이밍 시설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시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종합스포츠센터를 조성하는 것이 하나시티즌의 복안이다. 스포츠 시설이외에 경기장을 중심으로 스포츠와 문화, 레저를 아우를 수 있는 `시민문화공간` 수준으로 리빌딩을 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의 스포츠시설 민간 투자 금액 유치와 시민들을 위한 문화·교육 콘텐츠 사업 구현 등 구체적인 구상도 언제쯤 드러날 지 주목된다.

◇규제완화와 벤치마킹 필요=구장을 중심으로 `리빌딩` 수준의 시설이 들어서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지구단위계획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월드컵경기장 부지는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용도 및 건폐율 등 제한을 받고 있다. 향후 월드컵경기장 활성화를 위해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경기를 보는 사람 외 평소에도 이 곳을 찾을 수 있는 `유인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 월드컵경기장에는 건폐율이 완화될 시 공연장을 비롯해 예식장, 전시장, 유스호스텔, 쇼핑센터 등이 들어설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도 좋은 편이다.

오는 2023년 11월 착공, 2026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한 유성복합터미널이 완공되고 호남고속도로와 세종을 잇는 BRT 등 외지에서의 접근성 또한 한층 높아진다. 국토 중심부에 위치해 전국에서 2시간 이내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만큼, 국내 대표스타디움이 되기 위해서는 `즐기고 머물 수 있는 구장`이 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행정적 지원이다. 아무리 좋은 입지를 갖췄어도 지구단위 지정과 용도변경, 건폐율 규제 등이 도시계획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모든 계획은 백지화될 수 밖에 없다. 규제완화를 위해선 가장 낮은 단계인 관련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이조영 하나시티즌 사무국장은 "기업구단으로 변모한 대전 구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대전시 등 관련기관과 등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쯤에서 타 구장의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대구FC가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DGB대구은행파크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다. 대구시도 DGB파크 시설 운영권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25년 동안 구단이 사용할 수 있도록 넘겨줬다. 이에 구단은 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과 3호선 북구청역이 대구FC의 슬로건으로 꾸몄고 역사에서 축구장으로 가는 길을 스포츠 테마 시설과 조형물로 채웠다. 현재 DGB파크가 들어선 복합스포츠타운에는 테니스장과 다목적 체육관 등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도 주목대상이다. 지난 2013년 인천시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겨울철 아이스링크·눈썰매장 운영, 축구클리닉 등은 물론, 크고 작은 콘서트 유치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구장 활용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살펴 벤치마킹을 하는 것도 좋은 방안 중 하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스테이플스 센터(LA LIVE)는 농구팀이 홈 구장으로 사용하면서도 고용창출과 세수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구장에서만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파급 효과로 인구 1150% 증가는 물론, 늘어난 세수를 사회로 환원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다. 2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일본의 나가사키 스타디움은 J리그2 V-파렌이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구장을 찾는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오는 2024년 2월까지 270객실 규모의 호텔과 상업 시설을 조성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공을 들였다.

◇전문가들의 제언 주목=그렇다면 팬들과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향후 대전월드컵경기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김무권 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즈 회장은 "코로나19 이전, 상암월드컵구장에 방문하면 음식점 등을 비롯해 복합시설이 잘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경기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경기 외 무엇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또 "시민들이 함께 응원하고 즐길 수 있기 위해서는 경기 외에도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또한 시 차원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체육시설의 문제점은 공공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하면서 일반 시민들도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년부터 하나시티즌이 월드컵경기장 운영을 받는 만큼 임대사업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경기장 재생방안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결단이다. 대전시가 관리 주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건폐율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류성옥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도 "대표적으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영화관과 대형마트 등 종합시설이 몰려있어 서울의 대표 시설로 자리매김 했다"며 "대전월드컵경기장도 이처럼 전체적인 통합적인 시설물이 들어간다면 재미있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전시와 의회 등 기관이 앞장서 월드컵 구장 일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경기장 하나가 그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는 사례가 있듯, 2002년 월드컵 8강 신화를 이뤄냈던 대전월드컵구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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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어진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지난 1998년 12월 16일 착공해 2001년 9월 13일 완공, 개장했다.  사진=유성구청 제공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어진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지난 1998년 12월 16일 착공해 2001년 9월 13일 완공, 개장했다. 사진=유성구청 제공
일본 나가사키 스타디움에는 J리그2 V-파렌이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24년 2월까지 270객실 규모의 호텔과 상업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StadiumDB 제공
일본 나가사키 스타디움에는 J리그2 V-파렌이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24년 2월까지 270객실 규모의 호텔과 상업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StadiumDB 제공
대전하나시티즌이 내년부터 25년 동안 경기장 운영권을 넘겨받는 대전월드컵 경기장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주차장으로 활용중인 경기장 주변 모습. 사진=박상원 기자
대전하나시티즌이 내년부터 25년 동안 경기장 운영권을 넘겨받는 대전월드컵 경기장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주차장으로 활용중인 경기장 주변 모습. 사진=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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