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 교통안전계 소속 허훈·최경훈 경위, 고등학교 선후배 인연으로 만나
출근 중 시내버스 뒷바퀴에서 타는 냄새와 연기 발견 뒤 조치

허훈(사진 오른쪽) 경위와 최경훈(사진 왼쪽) 경위가 주요 행사의 의전 업무를 수행하던 중 잠시 쉬는 시간을 빌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허훈 경위 제공
허훈(사진 오른쪽) 경위와 최경훈(사진 왼쪽) 경위가 주요 행사의 의전 업무를 수행하던 중 잠시 쉬는 시간을 빌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허훈 경위 제공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경찰관이 교통안전 활동 중 버스 화재를 조기에 발견하고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공로가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7시 50분쯤 출근길 상습정체 구역의 교통지도(RH·Rush Hour) 근무를 하러 싸이카를 타고 이동 중이던 허훈(49) 경위와 최경훈(42) 경위는 도로 위에서 고무가 타는 듯한 냄새를 맡게 됐다. 주변에 눈에 띄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기에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두 경찰관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내 앞서가던 시내버스 뒷바퀴 부분에서 희미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위험을 느낀 두 경찰관은 즉각 대처에 나섰다. 허 경위와 최 경위는 해당 시내버스를 갓길로 멈춰 세운 뒤, 실내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운전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허 경위에 따르면 당시 운전자나 일부 승객들은 고무가 타는 냄새를 약간 맡기는 했지만, 아직 차량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까지는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

두 경찰관은 이어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20여 명을 내리게 한 다음 뒤에 오는 버스로 무사히 환승 조치를 하도록 했다. 버스를 확인한 결과 해당 차량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좌측 뒷바퀴 라이닝 파손으로 인한 과열이었다. 이런 경우는 흔치는 않지만, 자칫 이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운전했다가는 화재로까지 이어질 뻔했던 위험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두 경찰관의 사고 예방 대처에 `감사하다`는 칭찬을 건넸으며, 버스회사 한 관계자도 "신경 써준 것에 대해 경찰관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면서 "고장이 났던 해당 버스도 현재 무사히 정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두 경찰관은 공교롭게도 대전 유성고 선·후배 사이다. 1년이 넘게 같은 조로 생활하면서 함께 움직이다 보니 지금은 허물 없이 친한 사이가 됐다. 임관 경력으로는 올해로 23년 차가 된 허 경위가 11년 차인 최 경위보다 선배지만, 싸이카를 탄 경험은 후배인 최 경위가 몇 년 더 선배 격이다. 아직 싸이카 경력은 교통안전계 내에서도 `막내`라며 겸양을 보인 허 경위는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것을 보고 가끔 시민들이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씩 건넬 때가 무엇보다 큰 보람과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범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범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