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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기(士氣)

2021-07-27 기사
편집 2021-07-27 07:27:55
 정인선 기자
 jis@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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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취재 3부 정인선 기자
K-바이오 랩허브를 놓친 대전시의 후폭풍은 예상대로 컸다. 일각에서는 "먼저 제안했는데, 결국 물 먹었다"며 지역 정치권의 중앙 정치력 한계를 질타하기도 했다. 시가 각종 역량을 쏟아 부으며 갑(중앙)에 호소했으나, 사실상 '수도권 일극주의'라는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됐지만, 지방은 계속 '을'의 입장에 서 있다. 정부 '국가균형발전' 비전이 무색하게 현실은 '지방 소멸'에 가깝다. 지방에서 좋은 사업을 제시해도, 결국 수도권에 줘버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랩허브 공고를 냈을 때, 관련 업계에서도 "조건 자체가 수도권에 유리한대로 짜여져 있다"는 아우성이 팽배했고, 이는 랩허브가 '인천행(行)'으로 결정되면서 곧 현실이 됐다. 공모와 상관없이 보스톤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해 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대전시의 허탈감이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던 이유다.

랩센트럴은 시가 먼저 제안했던, 공모와 상관없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추진하려 했던 사업이다. 대전은 출연연과 바이오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어 '사업 최적지'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코로나19 진단키트도 대덕 벤처기업에서 탄생했다.

공모 탈락으로 후폭풍이 거셌고, 사기 하락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시는 즉각 '대전형 바이오 랩센트럴'을 추진, 보스턴 랩센트럴 같은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설·장비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쓰고,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인천형 랩허브'와는 달리 기존 취지를 살려 스타트업 기업을 집중 지원하고, 이를 통한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서는 중기부가 추진하려는 사업 방식이 기존 대전시가 추진하고자 했던 방향과 너무 달라 '오히려 독자적으로 가는 게 낫다'고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관련 인프라가 충분한 만큼, 행정력은 물론 지역 정치권, 관련 단체 등이 하나로 힘을 모아 기존 취지를 잘 살려 성공적 모델을 구축해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어차피 수도권에 줄 거면서, 괜한 공모로 지방정부의 사기를 꺾냐"는 현장의 목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정부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기조를 다시 되새겼으면 한다. 취재 3부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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