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가 감염의 원인 많아
일반방제로 바꾸면 농가 피해 커져

김성환 단국대 생명과학부 교수. 박하늘 기자
김성환 단국대 생명과학부 교수. 박하늘 기자
[천안]"과수화상병은 천안 전역에서 배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김성환 단국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최근 천안에 빠르게 번지고 있는 과수화상병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그만큼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의 유전체를 해독해 북미에서 처음 유입됐다는 사실을 밝혀낸 국내에서 손꼽히는 식물병해충 전문가다. 그는 현재 농립 축산검역본부의 병해충위험평가 역학조사 위원이며 농촌진흥청의 농작물 병해충 예찰·방제 대책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과수화상병의 심각성을 역설했다. 그는 "과수화상병은 공적방제 대상이다. 공적방제는 국제적 경제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질병을 대상으로 삼는다"며 "식물에서는 전염성이 강한 병은 3~4종 밖에 없는데 과수화상병이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해질 경우에는 사과 배를 외국에서 사먹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1일 기준 천안 내 과수화상병 확진은 103건 49㏊다. 지난 달 14일 확진 보고된 48건 24㏊보다 한 달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53건 21.2㏊)와 비교하더라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천안 지역의 배 재배면적은 1194ha다.

과수화상병은 나무의 진액이 곤충, 빗물, 사람들에 의해서 다른 나무로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성이 강해 2015년 처음 우리나라에 발견됐을 때 반경 100m 내 과원은 모두 폐원하기도 했다. 최소 3년에서 5년까지 잠복기를 거친 후 병이 발현돼 방제가 까다롭다. 흑성병처럼 나무 겉면에 약을 치는 곰팡이성 병과 달리 화상병은 나무 조직세포 속 세균을 잡아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김 교수는 "전정(가지치기)이 감염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천에서 발견한 화상병균이 천안의 것과 비슷했다. 가지를 친 가위에 남은 나무 진액에 의해 옮겨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겨울 전정시기에 궤양을 찾아서 부지런히 잘라야 하고 한번 자르고 난 뒤 전정가위를 소독하고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방제 시기에 맞춰 약제를 뿌리면 60~70%까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사회의 공동 방제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과수화상병이 일반방제로 돌아섰다"며 "일반방제로 넘어가면 모든 책임은 농가가 지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방역 농가가 주변에 있다면 방역 농가도 어쩔 수 없이 감염돼 피해를 본다"며 "협력을 통한 조기 발견, 조기 제거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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