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실업문제는 시장경제 활동만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크게 증가했던 실업자가 최근 상당 정도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실업상태에 처해 있다. 올해 6월 현재 실업률은 3.8%로, 실업자수가 109.3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실업자라고 할 수 있는 구직단념자 등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면(고용보조지표) 실업률과 실업자 수는 더 커서 각각 9.5%, 290만 명에 이른다.

인간에게 일자리는 권리이자 생계수단이다. 루즈벨트는 1944년 연두교서를 통해 모든 사람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얻을 권리를 가진다는 근로의 권리를 주장했으며, UN의 1948년 `인권의 보편적 선언"도 일할 권리를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일할 권리를 1978년 `완전고용과 균형성장법` 제정으로 구체화했으며, 우리나라도 헌법 제32조에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자리가 이처럼 권리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은 고용이 모든 인간에게 생존은 물론 경제적 안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자리 없이는 생계수단을 얻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일자리야말로 인간에게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으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생활수단 제공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장경제는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일자리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우리나라의 실업상태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가 매우 많은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시장경제가 일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다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간부문의 투자 목적이 고용 증대가 아니라 이윤 획득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에서 당연한 것으로 민간기업이 이윤을 희생하면서까지 고용을 책임질 의무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민간부문이 투자와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근로자의 기술을 향상시키든지, 아니면 정부의 조세나 금융지원을 증대시켜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자주 눈에 띄던 현수막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슬로건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실업문제 해결을 기술훈련이나 투자지원 정책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경기변동은 이들 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또 어떤 정책은 실업은 줄이지 못한 채 소득분배만 악화시킬 수도 있다.

실업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실업자를 정부가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정부가 최종고용자로서 역할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용정책기본법,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등을 제정해 고용정보 제공, 직업훈련, 실업대책 등의 사업을 중앙 및 지방정부가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며, 특히 실업대책으로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직접일자리 사업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가 더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다. 지역 경제사회의 발전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의 설계와 운영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더 적절한 발전계획과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지방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중앙정부의 일자리 지원 사업 공모에 응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지방정부가 지역의 최종고용자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 헌법에 명시된 근로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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